북한의 여군 우대는 김정일 위원장 덕분이다. 최근 몇 년간 그가 순시했던 군부대 중 3분의 1은 여군 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 인민군 110여만 명 가운데 여군은 15%가량인 15만명을 웃돈다. 우리 여군 4천3백여 명에 비하면 30배 이상 많은 숫자다. 1990년대 중반까지 10만명 선이던 북한 여군이 최근 10여 년간 급증한 데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 자리하고 있다. 극심한 식량난 속에 많은 여성이 선군정치를 강조하는 북한 당국의 방침에 따라 생계형 입대를 택했기 때문이다.

북한 여군의 효시는 1936년 4월 항일무장투쟁 시기 중국 두만강 부근 수림에서 조직된 여군 중대였다.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북한 여군은 꾸준히 성장해 창설 56년 만인 1992년 첫 여성 장령(장군)을 배출했다. 첫 장령은 인민군 후방총국 군의국 소속 종합병원 46호 병원 전강구 원장으로 현재 소장을 맡고 있다. 이후 4명의 장령이 더 배출되었는데 북한 첫 여성 공군 조종사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태전희 장령,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길학실 장령, 평양 강반석 유자녀대학 주순옥 학장, 그 외 아직 남쪽에 소속이 확인되지 않은 권용교 장령 등이 그들이다. 

 북한 여군은 남성과 똑같이 중학교(남한의 고등학교에 해당) 졸업 무렵인 16~17세에 입대한다. 매년 가을 졸업생을 상대로 지원을 받아 선발하는 여군 후보자는 각 사단 고사포대대 소속 14.5mm 기관총 중대에서 집중적으로 신병 훈련을 받는다. 인민군 창군 기념일을 부대 명칭으로 쓰고 있는 4.25훈련소는 417, 628, 523, 331 등 5개 여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군의 의무복무 기간은 병사 7년(26세까지), 군관(장교) 10년 정도이다. 북한 여군은 대체로 전투, 포병, 방공, 통신, 행정, 간호 등 모든 병과에 배치된다. 특수부대도 여군에 문호를 개방했다. 여군으로 근무하다 제대하면 사회적 신분을 확실히 보장받는 노동당원이 될 뿐 아니라 군 경력을 인정받아 사회에 복귀해서도 기초 간부 선발에 유리하다고 한다. 

북한 여군은 전군의 병과에 고루 배치되는데 군단 급에는 군단 무전결속소(중계소, 대대당 약 4백50명)를 포함해 군단보위부 예하 여군소대(약 40명)에 이르기까지 7백여 명의 여군이 배속되어 있다. 그 아래 사단부터 대대 급까지도 남녀 혼성군으로 촘촘히 배치된다. 별도로 여군만으로 독립 여단과 연대도 꾸리고 있다.
북한군 당국은 군에서 공훈 세우기를 꿈꾸는 여성들을 상대로 ‘흰 파도 넘실대는 해안포 진지로 오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독려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소구경 대공포와 해안에 배치된 포병은 대부분이 여군이다. 인민군 전연(전방 보병사단)의 경우 고사기관포 대대 산하 중대가 90여 명의 여군으로 채워져 있고, 사단마다 군의소(의무대)에는 60여 명의 간호중대가 배치되어 있다. 사단 직할 통신대대 참모중대에는 교환수와 전신 근무를 서는 여군 1개 소대가 각각 배속돼 있다. 또  여단마다 1개씩 여성 기동 보병대대가 편성돼 있다. 한동안 인민군에서 남자들의 전유물이던 정비중대도 1998년 이후에는 여군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여군 많다보니 ‘불미스러운 일’ 잦아

여군 고사기관포 중대는 중대장과 정치지도원, 소대장이 모두 여군이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강조하기 시작한 1995년부터 당성과 출신 성분이 우수한 여군 내의 부사관들을 선발해 2년간 장교 교육을 시킨 뒤 각 군에 배치했다. 고사포 군관학교에서 2년간 훈련을 마친 여군 부사관은 소위로 임관해 소대장을 맡으며, 정치지도원은 별도로 여군 정치군관학교인 최○숙 군관학교를 2년간 마친 뒤 소위로 임관해 중대 정치지도원을 거치고 나간다. 

ⓒAP Photo인민군 전방 보병사단의 경우 고사기관포(대공포) 대대 산하 중대는 대부분 여군으로 채워져 있다(위).
현재 북한 전역의 터널과 교량은 99% 이상 여군이 경계를 서고 있다고 한다. 터널은 여군 2개 소대가 각각 양 입구에 배치돼 14.5mm 4연장 고사기관총(대공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공군에도 여성 파워는 막강하다. 탈북 인민군들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폭탄보다 더 강력한 무기’라고 자랑하는 AN-2기 조종사들도 상당수 여군이며, 대전차 저공 공격기인 러시아제 IL-2기 조종사의 경우 전원이 여군이라고 한다.    

북한의 여군 우대는 김정일 위원장 덕분이다. 최근 몇 년간 그가 순시했던 군부대 중 3분의 1은 여군 부대인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방문한 여성 해안포 부대는 ‘감나무 중대’로, 고사포 부대는 ‘들꽃 중대’로 불린다고 한다. 감나무중대는 북한 당국이 선군정치를 표방한 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이 방문했다 해서 붙인 이름이고, 들꽃 중대는 여러 해 동안 부대 근처에서 자생하는 빛깔 곱고 향기로운 야생화를 꺾어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주석 동상에 바쳤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격려 시찰한 후 붙인 별칭이다.

북한 군당국은 여군들을 특별히 배려해 북한산보다 질이 뛰어난 중국제 분과 영양크림 등 화장품을 보급한다고 한다. 북한 인민군 출신 한 탈북자는 “연대에서는 저녁이면 남녀 중대가 오락회를 열어 노래, 춤 경쟁을 벌이고 일요일에도 다채로운 행사를 가진다. 혼성 부대에서는 어느 병영을 가나 생동감 넘치는 남녀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성이 반응하니 남자 병사는 군복을 깨끗이 입고 잘 보이려 하고, 여군은 중국제 분이라도 바르고 나가려는 등 서로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여군이 많다 보니 북한 군부가 골머리를 앓는 부적절한 일도 자주 발생한다고. 진급과 노동당 입당에 사활을 거는 일부 여군 장교는 상급 지휘관에게 성상납을 마다하지 않는다. 제대 후 사회에 진출할 때 군 경력에 당원 자격까지 갖추면 사회에서 여성 간부로 특채되는 혜택을 입는다. 그래서 지휘관 사무실이나 참호로 불려가는 여군이 있으면 다른 부대원들은 ‘또 입당하겠네!’라는 조롱을 보낸다. 남군들 속에서는 여군의 이런 입당을 ‘몸 당’이라는 말로 부른다고 한다.

또 주로 갱도 생활을 많이 하는 북한군은 어두컴컴한 갱도 속에서 남군과 여군의 성문란 행위가 자주 일어나 낙태 문제 등으로 지휘관들이 애를 먹는다는 것이다. 여군이 지천인 데다 남자는 30세, 여자는 26세까지 장기간 군복무를 해야 하는 특수 사회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북한군은 군복무 중 남녀 교제를 금하고 있는데 몰래 사귀다가 보위부에 발각되면 곧바로 ‘생활 제대’(불명예 제대)를 당한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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