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7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고성이 오갔다. 서울시가 주최한 ‘뉴타운·재개발 시민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 한 무리가 단상을 점거했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의 실적주의밖에 안 된다” “박원순은 오세훈·이명박과 뭐가 다르냐”라는 거친 말이 쏟아졌다. 뉴타운을 반대하는 쪽 주민들이었다. 결국 토론회는 시작한 지 30분 만에 끝났다. 한 토론회 참석자는 “뉴타운 사안의 예민함이 오늘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박원순식 뉴타운 출구전략이 순서를 밟아가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보니 어디서건 파열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뉴타운 문제는 여전히 박 시장 행정의 ‘시작과 끝’이다. 서울시 공무원들도 인정하는 바이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전임자들이 남겨놓은 뉴타운 숙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는 게 억울하지만 틀린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흥구5월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뉴타운 토론회는 반대하는 쪽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폭탄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느낌도”

서울시는 1월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의 큰 틀을 제시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주민에게 추정 분담금을 제시하고 뉴타운 사업 지속 여부를 묻겠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5월14일 주민 반대가 많은 재개발·재건축 지역 18곳을 먼저 해제했다. 다음 순서는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 265곳에 대한 실태조사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과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됨에 따라,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토지·건물 소유주 30% 이상이 반대하면 구역이 해제된다.

문제는 추진 주체가 있는 곳이다.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된 305곳은 토지·건물 소유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해야 해제가 가능하다. 또 해제할 경우 지금까지 뉴타운을 추진하며 든 비용은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로 남는다. 개정법에 따라 추진위까지는 지역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있지만 그 이후에 대한 명시가 없다.

추진위 단계에서는 매몰비용이 5억원 안팎으로 추산되지만 조합 단계부터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보니 서울시는 난색을 표하고, 국토해양부도 민간사업 성격을 띠는 뉴타운에 국민 세금을 쓸 수는 없다는 태도이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법 개정에서 이 부분은 아예 빠져버렸다. 서울시는 정부·건설사의 공동 분담을 주장하지만 정부와의 협의가 쉽지 않다. 이주원 ‘나눔과 미래’ 사무국장은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곳의 갈등은 조정이 쉽지 않다. 쉬운 단계부터 해가겠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인 거 같은데, 정작 폭탄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라고 말했다. 정부와의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뉴타운 관련 특별법 제정과 같은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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