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구글이 빅브러더가 되어간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독과점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포털들 또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의 IT 기업들에 대한 불공정 논란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 IT가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이 차이에 주목하고 개선점은 무엇인지 궁리할 필요가 있다.

구글은 IT 분야 최첨단 기업이다. 전 세계 데이터를 모두 검색하겠다는 목표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활자 발명 이후 인류가 만든 창작물들을 전부 디지털화하겠다는 야심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개척 중인 IT 기업들을 제어할 기준은 어느 사회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김흥구

이 때문에 검색의 공정성을 고민하고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든 뒤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구글의 정책이 빛나는 것이다. 냉정한 계약 관계가 지배하는 미국에서 개방과 협력 그리고 상생을 추구하는 구글이 출현한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구글이 오픈소스 철학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독점과 불공정 행위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국에서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세상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이디어를 공유해온 오픈소스 진영이 지배하고 있다. PC를 제외한 모든 분야, 즉 슈퍼컴퓨터, 메인프레임, 워크스테이션, 인터넷 서버뿐만 아니라 공유기와 같은 임베디드 머신(특수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에 내장한 기기),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천하는 오픈소스로 통일되었다. 모바일 기기가 출현하면서 PC조차 위협받고 있다.

IT의 역사는 개방과 표준을 추구하는 기술이 결국 승리하는 역사였다. 개방을 추구하는 구글은 공정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광고와 정보를 엄격히 분리한다. 광고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에 배치하는 대신 정보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우선 노출해준다. 이로 인해 좋은 콘텐츠를 가진 기업은 검색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구글은 또 콘텐츠 업체가 광고 영역을 제공할 경우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분배함으로써 모든 업체에게 이익이 되는 상생 구조를 만들었다.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 허용

구글은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을 원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무료 제공, 검색 공정성 확보, 그리고 참여 업체와의 수익 분배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 콘텐츠 업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접근권 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모토는 이런 철학의 다른 표현이다.

하지만 IT 분야가 워낙 최첨단을 걷고 있어서 대응이 늦어지는 바람에 이를 주도하는 기업의 선함에 의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그 부작용이 나타났다. 구글이 압도적인 검색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스스로 정한 규칙을 지킬 수 있었지만, SNS의 강자 페이스북과 같이 생존을 위협하는 적이 나타나자 이런 여유를 부릴 수 없게 되었다.

구글은 소셜 검색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인정보 통합에 나서고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로 인해 많은 반발을 사고 있음에도 이를 강행하고 있다. 사람들은 결국 기업이 무엇을 약속하든 상황이 바뀔 경우 그 약속은 쉽게 버려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때문에 미국 사회는 독점법을 근거로 구글에 대한 견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처리할 기술과 자본이 있는 업체만 생존 가능한 상황을 개선하여 공정한 경쟁을 보장함으로써 신생 벤처들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2011년에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을 방송통신위원회에 고소했다. 안드로이드폰에 포털의 검색 서비스를 기본으로 설정하지 못하도록 구글이 방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많은 사람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웹브라우저 끼워 팔기와 구글을 비교하지만 이는 명백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내 한 포털의 게임 개발사 지원 행사. 포털의 공정성은 늘 논란이 되고 있다.

구글은 많은 비용을 들여 안드로이드를 개발하여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다. 업그레이드까지 공짜로 해준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이므로 구글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은 안드로이드에서 구글을 배제하고 자신들의 콘텐츠 유통망을 얹어서 킨들파이어에 탑재했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들은 철저히 구글에 의존한다. 자체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앱과 앱마켓을 탑재해서 파는 것이 훨씬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구글이 제조사들에게 검색창 탑재를 강요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구글은 또 통신사들이 구글 검색창을 탑재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검색 수익을 나누어준다.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 무료 제공에 수익 분배 정책까지 취하는 업체를 배제하고 수익을 전혀 나누지 않는 국내 포털의 검색창을 탑재할 이유가 없다. 검색 질이 떨어지고 광고로 도배된 포털의 검색창이 탑재되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손해다.


중소 사이트 죽이는 한국 포털들

이처럼 한국의 불공정 문제는 매우 다른 층위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의 구글에 대한 비판과 견제 이유는 미국과 판이할 뿐만 아니라 그 논리에서 공정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따져보면 공정위가 문제 삼아야 할 곳은 오히려 한국의 포털들이다.

한국의 포털은 다른 사이트들과의 상생에는 관심이 없다. 여태까지 포털은 검색 결과에서 원본보다는 포털 내부의 불법 복제를 우대해왔다. 이로 인해 중소 사이트들이 손해를 입어왔다. 외국 서비스의 공격이 거세지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벤처들이지만, 트래픽을 독점한 포털로 인해 이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에서 필요한 공정성이란 기본적인 법도 지키지 않는 상황을 개선하라는 생존권 확보 차원의 요구 사항이다. 하지만 포털은 이마저도 무시한다. 최근에는 오픈마켓에까지 직접 진출함으로써 단기적인 수익 확대를 위해 자신의 고객을 잡아먹는 ‘카니발리즘’까지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다. 누가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고 개발자들의 참여를 끌어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전 지구적 경쟁이다. 한 나라 안에서 아무리 성공했다고 해도 공정성과 신뢰 없이는 세계적인 서비스가 될 수 없다. 미국과 한국의 불공정 논란을 비교할수록 한국의 미래가 암담하게 느껴진다.

독점 방지와 공정 경쟁 보장을 통해 세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공정성을 확립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식 규제 철폐,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보장, 권력기관의 개인정보 보호 등을 통해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는 IT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절박한 외침이기도 하다.

기자명 김인성 (IT 칼럼니스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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