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6일 아침,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앞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경찰이 입구를 지켰고 통행 제재도 여전했다. 5개 초소에 6명이 보초를 서고, 서울경찰청 제5기동단 57중대(63명)가 경비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경호동에 머물며 전직 대통령을 경호한다.

이와 같은 ‘통상적인’ 경호 활동에 여론의 관심이 쏟아진 때는 지난 1월. 경찰이 서울시 건물 한 채를 무상으로 쓰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사저 뒤쪽에 위치한 연면적 285.75㎡(약 87평)의 지상 2층·지하 1층 주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호동 폐쇄 의견을 묻는 한 트위터리안에게 ‘검토하겠다’는 답을 남겼다. 무상 사용기간 만료일이 2012년 4월30일이었다. 


3년간 매년 사용료 2100만원 경찰청이 지불해야

경찰청과 경호동 환수·교환 등의 방법을 논의하던 서울시는 유상 임대를 하기로 결정했다. 3년간 매년 사용료 2100여 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지방세 체납까지 하는 전직 대통령 경호에 시유지가 무상으로 사용되는 데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가 높아 환수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경찰이 해당 건물은 경호상 필요하다고 주장해 사용료를 내는 선에서 매듭을 지었다”라고 말했다. 2003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연희동 사저의 별채(95-5)를 가압류당해 강제 경매에 내놓게 되었고, 처남인 이창석씨가 이를 사들였다. 그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3억원과 지방소득세 3800만원이 발생했지만 모두 내지 않았다.


ⓒ시사IN 조남진1987년 지어져 지금까지 무상으로 쓰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동.

서울시는 경찰청과의 계약 기간을 3년으로 했다. 2100여 만원이라는 사용료는 서울특별시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조례에 따라 정해졌다. 관련 조례 26조4항은 ‘공용·공공용으로 사용할 경우 임대료를 재산평정가격의 1000분의 25 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했다. 즉 해당 경호동의 건물과 토지시가인 7억6000여 만원(△대지 6억7000여 만원 공시지가 기준 △건물 9000여 만원 한국감정평가원 기준)의 0.025배에 해당하는 사용료만 내면 된다. 여기에 부가세 10%가 붙어 연간 2100만원이라는 금액을 경찰청이 서울시에 지불하는 것이다. 경찰청 경호국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경호·경비에 책정된 예산에서 사용료를 내고, 내년부터는 따로 부처 예산으로 책정받아서 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호동 사용료를 경찰청에서 부담하는 것은, 결국 세금이 쓰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 전 대통령의 경호동이 두 채가 있는 데다 내란죄·반란죄 수괴 혐의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재균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 2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은 전직 대통령에게도 유지되는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를 없애자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호화 생활을 누리는 전 전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으로 경호를 받는 것은 문제가 많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전 대통령 경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경찰은 “여론이 안 좋아지니 서울시가 유상으로 돌렸고, 우리는 거기에 맞춰 경호업무를 수행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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