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인가 미국 텔레비전 모닝쇼를 보다가 흥미로운 내용을 접했다. “스마트폰 또라이가 되지 말자(Don’t be a smart– phone jerk)”라는 제목이었는데 상대방과 대화는 안 하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요즘 세태 때문에 생긴 웃기는 풍속도 얘기였다. 재미있어서 아래처럼 가볍게 트윗했다.

“요즘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미국의 신풍속도. 식사 시작할 때 전화기를 모두 앞에 내놓고 있다가 먼저 들여다보는 사람이 밥값을 내도록 한다고. 상대는 안 보고 폰 스크린만 들여다보니 생기는 일.”(3월10일 트윗)

그런데 그러자마자 수백 번 이상의 RT(리트윗)가 즉각 일어나며 반응이 뜨거웠다. 수많은 분이 “정말 공감한다. 한국에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라고 반응해주었다. 나는 “아,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이런 현상에 염증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 보급 속도와 더불어 특히 온 국민이 카카오톡을 쓴다는 한국이 더 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배우 주이 디샤넬이 아이폰4S 광고에서 ‘시리’와 대화하고 있다.

얼마 전 보스턴 시내에 생긴 한국 순두부 식당에 갔다가 비슷한 상황을 목격했다. 그 식당에 온 젊은 한국 유학생 커플이 자리에 앉자마자 서로 이야기는 안 하고 각자 아이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바쁜 것이었다. 정말 기묘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 같은데 데이트하면서 서로 이야기는 안 하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 빠지면서 정작 가까운 데 있는 사람을 챙기지 않게 됐다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 광경이었다.


부엌과 식탁을 기계 해방구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실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폰4S에 들어간 시리(Siri) 덕분이다. 사람들은 진짜 인간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기보다는 점점 똑똑해져가는 시리에게 인생 상담을 하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새로운 아이폰4S 텔레비전 광고를 내놓았는데, 유명 여배우 주이 디샤넬이 잠옷을 입고 시리와 대화하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시리와 대화하는 것이 쿨(Cool)한 것이라고 착각하지 않을까 두렵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기술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셰리 터클 교수는 지난 1월 〈함께 있는 외로움(Alone Toge– ther)〉이라는 책을 펴냈다. 사람들이 기술에 더 많은 것을 의존하게 되면서 실제로는 사람 간의 깊은 관계가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터클 교수는 엄청나게 기술이 진보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항상 연결돼 있고 소통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단순히 연결(Connec–tion)을 위해서 대화(Conversation)를 희생하고 있다고 했다. 문자 주고받기에 열중하는 아이들은 실제로 상대방과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우리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그리고 트위터를 하면서 대화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는 얘기다.

우리는 스마트폰과 함께하면 절대로 외로워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스마트폰이 우리의 진정한 인간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는지 모른다. 또 잠시도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서 생각을 할 고요한 시간을 빼앗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터클 교수는 그래서 이렇게 제안한다. 집 안의 부엌이나 식탁을 기계 해방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대화의 가치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방법을 가르치자고 말이다. 그러면서 터클 교수는 주위 사물을 보고, 나무를 보고, 하늘을 보면서 걷자고 말한다.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묻고 타이핑을 하면서 걷지 말고 말이다. 일단 나부터 실천해야겠다.

기자명 임정욱 (전 라이코스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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