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의향이 있으신가요?”
“어떻게 할까요?(웃음)”
여러 학생들의 질문 중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직접 고른 질문이었다. 그간 정치권의 온갖 러브콜에도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던 ‘밀당(밀고 당기기)의 달인’이 그렇게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냈다. 총선을 고작 2주 남짓 앞둔 3월27일, 서울대에서 6개월 만에 공개 강연에 나선 안 교수는 “정치도 감당할 수 있다” “정치에 참여하게 된다면 진영 논리에 기대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등, 발언 수위를 한층 높이며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
이 같은 안 원장의 발언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놓고 여야 각 당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안 교수가 이날 강연에서 “보수와 진보가 너무 심하게 싸운다. 정치는 사회문제를 풀라고 국민이 소중하고 커다란 권한을 준 건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라며 여야 모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 ‘안철수 현상’을 언급하며 기존 정당들을 ‘구체제’로 규정하기도 했다.
“내가 정치를 안 한다고 선언하면 지금 긴장하고 있는 양당이 긴장 풀고 옛날로 돌아가겠지(웃음). 그리고 하겠다고 나서면 공격의 대상이 되잖나. 이 자리에 있으면서 양쪽을 끊임없이 자극해 쇄신의 노력을 다하게 만드는 게 제 진심이다.” 모호한 듯 보이지만, 자신의 정치 참여가 기성 정치권의 행동에 달렸다는 일종의 ‘경고’를 날린 셈이다.
사실상 ‘총선 지원’ 시작
강연 이틀 뒤인 3월29일에는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인재근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안 원장이 보낸 메시지가 공개됐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김근태 선생과 인재근 여사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인재근 여사의 삶에 더 이상의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 용기 있고 신념을 가진 여성, 인재근과 함께 도봉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기를 희망한다.” 안 원장은 경기 의왕·과천에 출마한 송호창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도 “늘 함께하는 사람이며, 온유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아울러 공동체에 대한 선의와 넘치는 사랑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지지하는 편지를 통해 ‘측면 지원’에 나섰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 같은 메시지는 사실상 안 원장의 ‘총선 지원’인 셈이다.
안 원장은 3월4일에는 보수 시민단체가 주도한 탈북자 북송반대 시위 현장을 방문하고, 3월12일에는 방송 3사 노조의 연대 파업을 지지하는 동영상을 보내는 등 좌우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안 교수가 인 후보 외에 또 어떤 후보를 지원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우면서, 시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해온 상징성 있는 후보를 ‘낙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 교수는 4월3일 전남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한번 공개 강연을 갖는다. 잠재적 대권 주자인 안 교수의 ‘강연 정치’ ‘편지 정치’가 총선에 미칠 변수에 여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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