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결과를 전망해야 할 언론사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비상이 걸렸다. 3월30일 민간인 사찰 문건이라는 ‘핵폭탄’이 터지면서 민심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이 얼마나 의석을 차지할지 가늠하려면 제일 먼저 정당 지지율 추이를 살펴야 한다. 지난 1월 중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29.1%와 39.7%였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한나라당 보좌진이 연루된 사실과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한나라당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진 반면, 민주당은 한명숙 대표 체제가 출범한 전당대회 효과 등이 반영되면서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이명박 정부 들어 최고로 벌어진 것이다.

이후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 체제가 들어서고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는 등 극약처방을 하면서 지지율 회복을 위해 몸부림쳤고, 그 결과 2월 초에는 새누리당 32.9%, 민주통합당 36.9%로 당 지지율 격차가 좁혀졌다. 그러더니 지역구 공천이 얼추 마무리된 3월 초에는 새누리당이 40%, 민주통합당은 32%로 지지도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총선을 20여 일 남겨둔 3월21일에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YTN과 대한선거학회 조사 결과 새누리당 46.8%, 민주통합당 35.9%로, 민주통합당에 통합진보당 지지율(10.9%)을 합쳐도 여당을 이기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뉴시스3월29일 성남시 분당구에서 유세 연설을 하는 박근혜 위원장

 


이런 지지율 추이에 따라 각 당의 표정과 예상 의석수도 급변했다. 올해 초만 해도 새누리당에서는 100석도 못 얻고 두 자릿수에 그칠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이명박 심판론과 새누리당을 어느 정도 분리하는 데 성공하면서 새누리당에서는 조심스레 총선 승리를 예감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3월25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혜훈 상황실장은 “판세 보고를 보니 나름 괜찮은 편이다”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약 135석을 획득할 것”이라고 숫자까지 박았다.

이에 반해 당초 단독 과반(151석)까지 바라보던 민주통합당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공천 과정의 내홍과 야권연대 경선의 후유증 등으로 빠진 지지율이 쉽게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박선숙 사무총장은 3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3개월 동안 30석 정도를 잃었다고 본다. 백중우세 지역까지 다 이기는 것으로 포함해도 현재로서는 지역구 106곳 정도밖에 못 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털어놓았다. 비례대표까지 합해도 130석이 안 되고, 심지어 야권 전체를 합쳐도 ‘여소야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당초 원내교섭단체(20석)를 목표로 설정한 통합진보당은 이정희 대표의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후보 사퇴 등을 거치며 예상 의석을 15석 안팎으로 낮춰 잡은 상태다.

 

 

 

 

 

 

ⓒ시사IN 조남진3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동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한 한명숙 대표(가운데).

 

 

‘낙관론’이 자칫 지지표 이완을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지적을 들은 것일까. 새누리당은 급히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특히 이혜훈 상황실장은 “생각보다 괜찮다”라고 분석한 지 나흘 만인 3월29일 “새누리당 우세 지역이 47곳에 불과하며 야권이 선전한다면 비례대표를 포함해 190석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박선숙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영남 지역구만 67곳인데 영남 지역의 절반에서 야권이 이긴다는 말인가”라며 ‘소가 웃을 일’이라고 발끈했다.

아무튼 거대 양당이 서로 엄살을 펴는 가운데, “당장 선거를 치르면 새누리당이 140석, 민주통합당이 130석, 통합진보당이 15석, 기타 정당과 무소속이 15석 안팎일 것이다”라는 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월29일 현재의 대체적인 판세였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대규모 사찰 문건이 공개되면서 판세 전망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이 됐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동안 새누리당 지지층은 대부분 뭉친 반면, 야권 지지층은 30~ 40%가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였다. 이 중도층을 야권이 막판에 결집해내느냐, 그래서 20~ 30대를 비롯한 야권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내느냐가 승부를 가를 변수였는데, 이번에 공개된 사찰 문건이 그 견인차가 될지가 선거 막판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라고 말했다. 야권에 호재가 터진 건 분명하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이번 기회를 아예 ‘MB’와 절연하는 계기로 삼을 경우 상황은 어느 쪽으로 흐를지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기자명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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