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순옥 ‘참 신나는 옷’ 대표(58)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러브콜을 받았다.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하겠다는 요청이었다. 전 대표는 ‘바보 전태일’의 여동생이다. 오빠의 분신을 계기로 본격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현재 서울 동대문에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어머니 이소선, 오빠 전태일과 함께한 전 대표의 삶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탐내는 ‘스토리’였던 것. 그는 새누리당의 제안은 “마음에 걸려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다. 민주통합당은 전 대표를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내세웠다. 전 대표는 “좋은 일자리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당의 고민이 나를 1번으로 뽑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잘 뽑아야 이긴다. 각 당이 비례대표 후보 영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흥행과 내용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득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당의 얼굴 격인 비례대표 1번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다. 당의 가치와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어서다.

 

새누리당 민병주 후보, 민주통합당 전순옥 후보, 자유선진당 문정림 후보, 통합진보당 윤금순 후보, 녹색당 이유진 후보, 진보신당 김순자 후보(맨왼쪽부터).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후보 1번에는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53)이 발탁됐다. 민 연구위원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 한국원자력연구원 연수원장 등을 지냈다. 고리원전 1호기 수명 연장에도 관여했다. 그의 ‘친원전’ 이력은 환경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정체성과 맞는 인물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새누리당은 4·11 정책 공약집에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보급 확대’를 약속했다.

통합진보당은 여성 농민인 윤금순 후보(53)를 1번으로 뽑았다. 지금도 남편과 함께 유기농 참외 농사를 짓는다는 윤 후보는 30년차 농민운동가다. 그는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회장 출신으로 2004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했다. 윤 후보는 “우리 당이 (국민참여당과) 합당하면서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비례 후보 선정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김순자씨(57)를 전면 배치했다. 한나라당 당원이었던 김씨는 2003년 대학 청소를 시작하면서 정치에 눈을 떴다. 대학을 상대로 밥 먹고 쉴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부터다. 김씨가 19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은 건축 관련법 개정이다. 청소노동자를 위한 공간을 의무화하겠다는 뜻이다. 진보신당은 비례대표를 2년씩 나눠 승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진보신당의 비례 2번은 언론인 출신인 홍세화 당 대표(65)이다.

녹색당의 비례대표 1번은 탈핵·환경 운동가인 이유진씨(37)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을 집중적으로 들를 예정이다. 원전의 위험성과 탈핵의 의미를 설명하겠다는 태세다. 자유선진당은 가톨릭의대 재활학과 교수인 문정림 당 대변인(51), 국민생각은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53), 정통민주당은 장기표 전 민중당 정책위원장(67)을 각각 비례 1번으로 선정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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