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개입한 정황도 나타나 있다. ‘쌍용차 작전 보고’ ‘쌍용차 작전 조사결과 보고’라는 제목이 붙은 문건은 당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2009년 8월5일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에 의해 작성된 ‘쌍용차 작전 소방 관계자 협조 관련 문건’에는, 당시 진압 과정에서 경찰과 소방공무원 간에 빚어진 갈등이 언급돼 있다. 소방공무원들이 약속대로 장비를 투입하지 않아 경찰 작전에 차질이 있었는가 하면, 현장에서 경찰 작전 협조 요구를 불이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문건에는 또 ‘조치의견:경기경찰청에서 제기하는 문제점에 대해 소방방재청에서 사실 여부 확인 후 유책 관련자 문책’이라고 적혀 있다. 8월10일 작성한 문건 ‘8·4 쌍용차 작전 소방관계자 비협조 관련 조사보고’에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조치 사항을 청와대(B.H)에 구두 보고했다는 언급과 더불어 ‘경력 26개 중대가 로디우스 차체공장과 조립공장 옥상을 확보하기 위해 진입할 때, 고가사다리차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작전에 차질이 발생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지원관실은 ‘경기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이 전화상으로 서로 오해했던 부분을 해소하고 향후 긴밀하게 업무 협조토록 조치. B.H에 조치 사항 및 결과 구두보고 후 상황 종결’이라고 적었다.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당시 공장 안에는 시너가 다량 있었다. 소방 쪽에서는 고가사다리차를 투입하기에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리한 진입을 한 데에는 좀 더 윗선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촛불집회 등 사회 현안에 널리 개입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개별 노동 사안에 직접 개입한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요(要) 보안(保安)’이라는 머리말이 적힌 ‘전공노 부위원장 비위 관련 조치 결과’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이 그것이다.
이 문서에는 권정환 전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에 대한 인적사항·불법행위·징계처분·형사처분 등이 포함돼 있다(권씨에 대해 ‘2008년 2월 한·EU FTA 협상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주도했다’라고 적시돼 있다). 이 문건이 작성된 지 20여 일 만인 2009년 10월26일, 권씨는 해임되었다. 권정환씨의 해임을 알리는 ‘전공노 부위원장 비위 관련 조치 결과’라는 문건에는 더욱 자세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이 문건에 나오는 ‘조치 경과’는 이렇다. ‘09.10.1 신지호 의원실에서 마포구에 대상자(권정환씨를 뜻함)에 대한 근무현황 자료를 요구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대상자가 전화를 걸어 막말과 욕설을 한 것이 언론에 보도. 이후 신지호 의원실과 협조, 대상자에 대한 비위사실 입수, 서울시에 조치계획 등 확인 후 적극 조치 지시. ※서울시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엄중문책 경고.’ 권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자신의 해임 사유가 ‘근무태만, 근무지 이탈’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8급 행정 공무원으로 일했던 권씨는 “내 업무는 기획 파트라 외근이 많았다. 그런데도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지속적으로 걸려왔다. 또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전화도 몇 통씩 걸려와 구청에 녹음 장치를 만들어달라고 할 지경이었다”라고 말했다. 조직적으로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문건에는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 ‘범국본 집회’ ‘반전 촛불집회’ 보고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문서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노사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현안에 널리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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