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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인이 곧 우리 자신인 것을

문정우 편집국장 mjw21@sisain.co.kr 2007년 10월 02일 화요일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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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편집국장
 
 
오고니족은 나이지리아 남동부 니제르 강 델타 지역에서 평화롭게 물고기나 잡으며 살아가던 소수민족이었다. 1962년 이 지역에서 국제 석유자본인 로열 더치 셸 그룹이 석유를 발견하면서부터 비극은 시작됐다. 석유 이권 쟁탈전이 벌어져 오고니족 전 인구의 10%가 아사하고 말았다. 이것이 그 유명한 비아프라의 내전이다. 이권을 뺏기고 삶의 터전마저 오염돼 잃어버린 오고니족은 송유관에서 기름을 도둑질하다가 집단 폭사하곤 해 요즘도 종종 외신면 귀퉁이를 장식한다.

약소국이나 소수민족에게 풍부한 지하자원은 은혜라기보다는 저주이다. 아랍 민중이 지옥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석유 때문이다. 천성이 낙천적이고 친절한 이라크인은 석유만 나지 않았던들 티그리스 강가에서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살았을 것이다.

석유나 다이아몬드 같은 노다지가 나는 약소국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외세와 결탁한 군부가 기승을 부린다. 외세와 군부는 더없이 좋은 파트너이다. 부패한 군부는 눈먼 돈이 필요하고, 이권만을 노린 외세는 환경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융통성이 간절하다.  결국 산하는 형편없이 오염되고 파괴되며, 일반 국민은 혜택받은 땅에서 극도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모순을 연출한다.

동남아시아의 미얀마도 자원 부자이다. 삼모작이 가능하며 석유도 묻혀 있고, 천연가스 매장량이 엄청나다. 이 나라의 탄쉐 군부 정권은 1988년 선거 결과를 무시하고 아웅산 수치 여사를 연금한 뒤 18년째 철권을 휘둘러왔다. 탄쉐 정권은 이처럼 연료가 풍부한 나라에서 기름값을 대폭 올렸다가 결국 민중 항쟁을 부르고 말았다. 탄쉐에게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이겨내면서 장기 독재를 해올 수 있었던 힘을 준 것은 천연가스에 눈이 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었다. 그리고 그 기업들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이다. 가스공사가 참여했다는 것은 한국 정부가 묵인했다는 뜻이다. 가스전 개발 지역의 미얀마 원주민의 상황은 오고니족을 닮아간다.

6월항쟁 20년 만에 군부 독재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신한 것도 발전이라고 해야 할까. 이러고서도 매년 5·18에 ‘광주의 빛을 아시아에 퍼뜨리겠다’며 축제를 여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맨몸으로 저항하는 양곤 시민 앞에 총칼을 들고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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