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참여 공연 ‘개념찬 콘서트 바람’ 선관위, 상 주세요!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린 것 때문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MC 김제동씨는 소식을 듣고 바로 소속사인 다음ENT의 김영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그들이 주고받은 문답. (김제동) “대표님, 저 검찰이 기소했다는데요?” (김영준) “야, 안 돼~ 검찰이 부르면 가야 돼~.” (김제동) “저 어떻게 하죠?” (김영준) “걸어가. 집에서 검찰청 가깝잖아.”

속 타는 마음을 소속사 사장은 이렇게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올봄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대놓고 투표 참여 콘서트를 하기로 한 것이다. 2030 세대 유권자를 위한 선거 콘서트, ‘개념찬 콘서트 바람’를 기획했다. 김제동이 선봉을 맡았고 같은 소속사인 YB 윤도현과 ‘뜨거운 감자’의 김C도 동참했다. 다음ENT는 소속 연예인들이 소셜테이너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되는 등 이명박 정부 들어 불이익을 많이 당했다. 이런 행사를 했다가 또 피해를 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김영준 대표는 시원하게 답했다. “투표 참여운동을 벌이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표창장을 받아야 하지 않겠나?” ‘개념찬 콘서트’에는 안녕바다, 옥상달빛, 엑시즈, 카피머신, 이스턴사이드킥 등 인디 밴드도 참여한다. 영화제작자 차승재·고영재 등 영화인들이 함께 참여해 관련 단편영화도 제작한다. 3월23일 김해시를 시작으로 영남지역에서부터 동남풍을 일으킬 예정이다. 12월 대선까지 전국 30여 곳에서 계속한다.

음반 〈바람의 노래〉

봄바람을 듣는다

‘어기여 디여라 지화자 좋다 할머니 등에 업혀 기어기어 오던 길.’ 예스러운 가사가 힘들이지 않은 솔가(사진)의 청량한 목소리와 만나 봄날과 어울리는 노래가 됐다. 솔가의 첫 앨범 〈바람의 노래〉에 실린 다섯 곡 모두 바람이 있는 어디서건 듣기 편하다. 사회적 기업 ‘노리단’에서 공연총괄팀장을 하기도 한 솔가는 지난해 1월 미국 버클리 음대에 지원해 합격했지만 주머니사정 때문에 1년간 입학을 미뤘다. 대신 여행을 했다. 한국과 일본을 합쳐 20여 곳을 돌며 거기서 만난 바다·바람·사람에 영감을 받았다. 동해, 통영, 제주, 부산, 도쿄 등 여행을 하는 동안 품안에만 있던 노래를 풀어냈다. 그중 제주 구럼비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강정 바닷가 구럼비 바위는 앨범 속 ‘평화의 바람’ ‘열두 고개 넘어’ 등에 등장한다. ‘열두 고개 넘어’의 노랫말 한 구절. “여섯 살배기 내 조카는 가장 힘든 게 뭐냐 물었더니 아무리 노력해봐도 언니가 되질 않아 힘들단다. (중략)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는 구럼비 바위에게 물었더니 수천 년 지켜보아도 인간은 도무지 모르겠단다.”

연극 〈878미터의 봄〉 폐광촌과 크레인 이야기

여성 극작가와 여성 연출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다룬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카지노로 변한 폐광촌과 타워크레인 농성자 이야기를 다룬 연극 〈878미터의 봄〉이 그것. 한현주 작가와 류주연 연출은 문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줄거리를 짜거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대신 구체적인 사건과 대사에서 섬세한 표현을 통해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878미터는 탄광 갱도의 깊이를 나타낸다. 제1회 ‘벽산희곡상’을 받은 이번 작품에서 한현주 작가는 탁월한 언어감각으로 구조 속에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읽어낸다. 류주연 연출은 주목할 만한 여배우 박윤정·강애심에게서 섬세한 연기를 끌어냈다. 여기에 잘나가는 여성 무대미술가 여신동이 힘을 보탰다. (3월20일~4월8일, 서울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안전보건 방송 〈나는 무방비다〉 건강권 헌정 방송

우후죽순 팟캐스트, 춘삼월 들어볼 만한 인터넷 방송 하나를 소개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현재순 연구원과 권동희 새날 법률사무소 노무사, 임준 가천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 이현정 일과건강 뉴스레터 제작자 등이 출연해 안전보건에 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나는 무방비다〉. 노동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를 찾아내 유쾌하게 풀어내겠다는 〈나는 무방비다〉는 한 주의 안전사고를 알려주는 ‘무방비 노출 사건사고’, 안전보건 핫이슈를 다루는 ‘이슈! 이게 진실이야 자샤’ 따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고. 근로복지공단의 100억원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산재보험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시간도 있다. 국내 유일 건강권 헌정 방송이라고 하니,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3월부터 방송)

영화 〈은실이〉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지난 한 해는 국내 애니메이션이 선전한 해였다. 올해 국내 애니메이션의 첫 번째 신호탄이 될 영화 〈은실이〉가 〈KAFA Films 2012: 그 네 번째 데뷔작〉이라는 이름 아래 3월8일 서울 CGV 대학로에서 개봉했다. 〈은실이〉는 정신지체 장애인인 ‘은실이’의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타이틀로 가져왔다. 친부도 모르는 아이를 낳고 목숨을 잃은 ‘은실이’를 추적하는 동창 인혜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된다.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김선아·박세희 두 여성 감독이 독특한 시선으로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흡인력 있는 스토리에 담아냈다. 성폭행 사건을 가해자와 피해자로만 나눠 보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주변에서 바라보기만 하는 방관자적인 시각을 새롭게 조명했다. 말하자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인 셈.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