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6일 ‘박노자’라는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귀화 한국인’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가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후였다. 그는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와 전체주의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등 그의 저서는 인문사회 분야 베스트셀러로 널리 읽혔다. 박노자 교수가 진보신당 비례 후보로 출마한다는 소식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는 “박노자 교수는 다문화의 상징이자 국제주의적 연대를 표상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주변인으로서 그가 보여준 자본주의 극복에 대한 신념, 이주노동자와의 연대 활동 등 존재 그 자체와 실천과 사유 모두 진보신당의 정체성에 적합한 후보다”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녹색당과 마찬가지로 진보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번 선거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진보신당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오슬로 대학 박노자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왜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게 됐나? 한 달 전쯤에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에게서 제안을 받았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나에게 정치적 야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회정치와 관계 맺고자 하는 욕망도 없었다. 한국에 좌파가 굉장히 약하다. 유럽에서는 노동 계급을 대표하는 좌파가 그래도 20~30% 득표를 한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 정도로 계급적 대표성이 있는 정당이 없다. 계급적 대표성이 있는 진보신당은 안 알려져 있다.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정당의 목소리가 더 커져야 하고, 그 노동 계급의 목소리가 더 잘 들리게 하기 위해 내 목소리를 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뉴시스천막농성 중인 대학 미화원을 찾아 인사를 나누는 박노자 교수(오른쪽).

현재 오슬로 대학에서 재직하고 있다. 진보신당 쪽에서는 3월22일에 귀국한다고 하던데,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진보신당과 소통이 안 된 것 같다. 나는 여기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여기에 직장이 있고, 지금 무단결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선거 때 귀국하는 건 어렵다. 선거운동은 동영상 등을 이용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휴직계를 낼 수 있다.

지난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무상급식 등 복지가 이슈화되었다. 한국의 복지 상황을 노르웨이와 비교하자면? 노르웨이와 비교할 수 없어 비교를 아예 안 한다. 우리는 복지가 없다(박노자 교수는 한국을 우리 혹은 우리나라라고 표현했다). 노르웨이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기본이다. 유치원 비용은 국가가 90% 책임진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모든 교육이 무상이다. 입시나 학벌체계도 없다. 노르웨이에서는 10%가 민간 병원인데 민간 병원이든 공립 병원이든, 치과를 제외하고는 무상의료다.

한국이 사회적 민주화를 거의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한국에서는 일터의 민주주의가 없다. 재벌을 보자. 일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 노동귀족이라 불리는 경우도 있는데, 경영 참여를 못하고 있다.

연구실로 출근하면 가장 먼저 인터넷을 통해 진보신당 홈페이지를 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진보신당에서 일부 세력이 통합진보당으로 가게 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문제다. 진보신당 전당대회에서 다수가 부결 결정을 내린 것인데, 지도부가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탈당한 것이다. 조직의 민주주의를 무시한 것이다. 당원이 결정했다면, 아무리 위대한 지도자라도 따라야 한다. 탈당하고 가버리는 것은 보스 정치다. 그건 계급 정치가 아니다.

4월 총선에서 ‘반MB 연대’를 우선하는 흐름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통합진보당도 일부 노동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계급적 성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진보적 요소가 있다. 연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원칙한 연대가 아니다. 계급의 요구를 대변하는 시각에서 사회 민주화 원칙을 실현하는 잣대를 갖고 전술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은 기본적으로 부르주아 보수 정당이다. 민주통합당은 친기업적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정당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노동자·서민의 보호를 강조하는 진보신당이 이 보수 정당과 연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녹색당은 기본적으로 진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하니까. 진보신당과 의제가 겹친다고 생각한다.

국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무엇보다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만들고 싶다. 비정규직 사용 제한이 매우 엄격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필요하다. 또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 착취가 없어져야 한다.

이전 진보 정당과 리더에 대해 평가하자면? 민주노동당은 좋은 정책을 많이 제시했다. 하지만 노동 계급과의 유기적 연대가 부족했다. 또 활동가들이 계급보다는 통일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다. 자유주의와의 연대도 지나치게 중요하게 생각했다. 노회찬 전 대표(현 통합진보당 대변인)는 사회주의 노동운동의 원조다. 많은 업적이 있다. 하지만 진보신당을 탈당하고 통합진보당에 합류한 것은 방금 말한 것처럼 조직 민주주의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심상정 전 대표도 노동운동의 업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노회찬 전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오른쪽에 있는 것 같다. 만일 다른 정당에서 비례대표 제안이 왔다면? 그리고 진보신당으로서는 정당 득표율 2%를 넘는 게 급선무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국회에 가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어느 당이 노동자를 가장 잘 대표하는가가 중요하다. 녹색당은 탈자본주의 의제를 내세우지 못하는 것 같다. 나와는 좀 다른 것 같다. 통합진보당은 원칙이 없는 융합이다. 원칙상 (나와) 같이 가기 힘들다. 진보신당의 의회 진출도 중요하지만 노동 계급의 조직자로서 역할이 더 중요하다. 혹 정당이 해산되더라도 계급 정당을 만들어서 조직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국회에 가고 안 가고는 중요하지 않다.

기자명 차형석 기자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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