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러시아에서는 ‘창조적 계층’이라는 새로운 개념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창조적 계층’은 중소기업인·학생·지식노동자·교사·의사 등 사회 지식 계층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한국의 중산층 개념과 유사하다. 언론은 부패와 정체에 넌더리난 이들이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 시위에 참여해 사회 변화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가부장적 러시아 사회와 문화에 새로운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틴 등장 이후 급격히 경직되었던 러시아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무장한 이들이 등장하며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일간지 〈우트로(아침)〉는 새로 출범하는 푸틴 3기에 대해 세계 정치·경제의 빠르고 심오한 변화를 주시하는 한편 러시아 내부의 세대교체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AP Photo무소속 후보 미하일 프로호로프(위). 3월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반푸틴 시위(오른쪽).

이들 창조적 계층은 이번 대선에서 재벌 출신이면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미하일 프로호로프(47)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창조적 계층의 프로호로프 지지는 러시아 정치에 봄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보인다. 공산당 대표 겐나디 주가노프(17.19% 득표),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 대표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6.23% 득표) 등 구시대 정치인들이 판치는 요즘 상황에서 정치 혁명이나 정권 교체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새롭게 등장한 프로호로프는 참신한 인물이어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 처음 출사표를 던진 그가 7.89%라는 기대 이상의 득표율을 획득한 것은 적어도 다음 선거에서 정권 구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는 대단한 재력가이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돈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기자명 정다원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