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아기를 키우는 주부 ㄱ씨는 최근 영유아 부모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눈에 확 띄는 글을 찾았다. 카드 설계사로부터 현금 4만원을 받고 ‘아이사랑카드’를 만들었다는 글이 며칠 사이 수십 건이나 올라온 것이다. ‘나도 혹시나’ 했던 ㄱ씨는 그 글을 올린 사람에게 쪽지로 연락해보았다. 곧바로 설계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통화한 당일 저녁, 설계사가 집으로 방문해 카드를 발급해주었다. ㄱ씨는 사은품으로 현금 4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아이사랑카드는 2009년 9월 정부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만 5세 미만 영유아 보육료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카드업체(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SK카드)에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아이사랑카드’를 발급받아 보육료를 결제하면 지자체가 보육료를 지원한다. 

ⓒ시사IN 조우혜인터넷 육아 카페에는 현금을 받고 아이사랑카드를 만들었다는 후기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카드 사업자 바뀌면서 불법 사례 급증

그런데 올해 초부터 인터넷 육아 카페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아이사랑카드를 발급하면 현금 3만~5만원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불법 홍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카드 설계사들이 주부들의 입소문을 통해 고객을 모은 뒤,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 단속을 피하는 방식으로 불법 영업을 하는 것이다. 아이사랑카드는 연회비가 무료라서 여신전문업법상 사은품을 주는 것이 불법이다.

2009년부터 시행하던 복지사업인데 왜 최근 불법 사례가 갑자기 늘어나게 된 것일까. 올해부터 아이사랑카드 발급 사업자가 변경되면서 고객 유치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신한카드에서 아이사랑카드를 발급했지만 올해부터 KB국민카드, 하나SK카드, 우리카드 3사로 사업자가 변경되었다. 카드 실적을 쌓기 위해 설계사들이 출혈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올해부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대상이 늘어나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만 0~2세와 만 5세에 대한 정부의 보육료 지원 대상이 소득 하위 70%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어린이집 신규 이용 인원이 10만~13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건복지부는 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해 12월 공문을 보내 설계사를 통한 카드 발급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카드사들도 자체 교육을 통해 불법 모집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적발 시 모집인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부 방침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불법 모집은 쪽지로 연락처와 방문지를 교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증거를 남기지 않아 단속이 쉽지 않다.

카드를 발급받은 주부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홍보사원’ 노릇을 하면서 카드 불법 영업이 점점 퍼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이들은 카드회사 설계사로부터 일종의 소개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 ㄱ씨는 “설계사로부터 고객을 소개해줄 때마다 1만원씩 소개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커뮤니티에서 홍보를 하고 있다. 카페에 올라오는 후기 대부분이 소개비를 받기 위한 홍보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이동권 인턴 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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