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으로 MBC 〈뉴스데스크〉를 마치겠습니다.” 2월11일 뉴스가 끝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7분30초였다. 리포트는 다섯 꼭지였다. 지난 1월25일부터 MBC 기자들은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

파업 중인 기자들은 〈뉴스데스크〉 대신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비리 가계도’ ‘정치검찰’ 등 권력 비리를 캐는 기사들을 다뤘다. 〈제대로 뉴스데스크〉 3회 ‘김재철 스페셜’에서는 2년 동안 7억원에 달하는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초의 요구 사항은 보도 책임자 교체였다.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월30일 MBC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이다. 찬성률 69.4%로 파업이 가결되었다. 3월2일 현재 파업 33일째다.

회사 측은 파업 20여 일이 지나서야 권재홍 보도본부장, 황헌 보도국장으로 보도 책임자를 교체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도 공정 보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MBC 기자들의 반응이다. 파업에 참가 중인 한 조합원은 “신임 보도 책임자 역시 대표적인 MB 라인으로 통한다. 기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부족하고, 잘못된 선택이다”라고 일축했다.

 

ⓒ뉴시스KBS·MBC·YTN 노조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낙하산 사장’ 취임을 반대하며 회사 측과 마찰을 빚어왔다(위 왼쪽부터 2008년 이병순 KBS 사장

 


파업이 6주째에 접어들면서 참여 인원은 오히려 늘어났다. 1월30일 파업 시작 당시 573명이던 참여 인원이 3월1일 현재 700명을 넘어섰다. 주목할 것은 간부급 사원들의 참여다. 보도국 보직부장 5명과 논설위원 3명이 보직을 사퇴하며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최일구·김세용 등 뉴스 앵커도 노조에 가입하며 힘을 보탰다.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보직부장들이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 보도국 간부는 “김재철 사장은 이미 도덕성과 리더십을 상실했다. 보직부장들도 파업에 동참해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게 사태 해결을 빠르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 20년차 이상 간부급 사원 135명이 기명 성명을 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19개 지역MBC 노조도 3월12일부터 파업에 가담하기로 했다.

회사 측도 강수를 두고 있다. MBC 측은 보도국 불신임 투표로 기자들의 제작 거부를 주도한 박성호 MBC 기자회장을 해고했다. 기자회장에 대한 해고 조처는 MBC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박성호 기자는 “이미 예상했다. 회사 측의 징계는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분위기가 더 격앙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BS 구노조는 파업 불참

결국 이번 MBC 파업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2010년 4월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39일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노조로서도 이번에는 성과 없이 후퇴하기 어려운 처지다.

 

 

 

 

 

 

ⓒ시사IN 윤무영2010년 김재철 MBC 사장

 

 

한편 KBS 기자회 또한 3월2일부터 전면 제작 거부에 나섰다. KBS 새노조 역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3월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조합원 1064명 중 963명이 참여해 88.6%가 찬성했다.

KBS 기자회는 징계 철회와 이화섭 보도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2010년 5월, 이화섭 본부장은 박재완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논문 이중 게재 의혹을 파헤친 〈9시 뉴스〉 리포트를 막는 등 공정 보도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다. 결국 파업의 쟁점은 ‘김인규 사장 퇴진’으로 번졌다.

회사 측은 지난 1월30일 엄경철 전 새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13명을 정직·감봉 등 징계 처분했다. 2010년 7월에 한 파업을 문제 삼아 1년6개월이 지난 시점에 징계를 내린 것이다. 김현석 노조위원장은 “당시 파업은 합법이었다. 1년이 지나서 징계하는 것은 노조의 힘을 빼려는 꼼수다”라며 반발했다.

현재 KBS에는 두 개의 노조가 있다. 기술직 중심의 구노조(조합원 2800여 명)는 지난해 임금 인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을 벌였지만, 이번 새노조 파업에는 동참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새노조는 기자와 PD가 중심이다. 회사 측은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2008년 YTN 구본홍 사장

 

 

YTN도 파업을 목전에 두고 있다. YTN 노조는 해직 기자 6명의 복직을 요구하는 한편 3월20일 임기가 끝나는 배석규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 2월22일 YTN 이사회가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배석규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YTN 노조는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김종욱 노조위원장은 “구본홍 낙하산 사장은 형식적이나마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쳤다. 그러나 배석규 사장은 ‘호텔 이사회’를 통해 사장에 취임했으며 이번에는 ‘음식점 이사회’에서 연임까지 결정됐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20일, YTN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를 했다. 조합원 368명 가운데 317명(86.4%)이 투표해 65.6% (208명)가 찬성했다.

YTN 노조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고, 보도 채널은 재방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파업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낀다고 전했다. 게다가 2009년 파업 당시, 기자들에게 중징계가 내려지는 등 ‘파업 피로도’가 쌓여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종욱 위원장은 “해직자 복직 투쟁을 계속해온 노조의 역사를 무시할 수 없다. 악조건 속에서도 의지를 굳히고 있다”라고 말했다.

방송 3사는 이후 동시 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MBC·KBS·YTN 노조는 지난 2월7일 공동투쟁위원회를 출범시켜 ‘공정 방송 복원’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 퇴출’ ‘해고된 언론 노동자 복직 투쟁’을 함께하기로 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