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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원이 '문건' 들고 국회로 달려간 까닭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국방개혁 2020'의 경호부대 축소 방침에 대한 불만에다가 이명박 당선자의 경호실 위상 격하 조처가 맞물리면서 일부 경호실원이 정치권에 반발 문건을 돌렸다.

정희상 기자 minju518@sisain.co.kr 2008년 02월 19일 화요일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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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대통령 외부 행차 때 따라붙는 경호실 수행 경호대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불만과 잡음이 급기야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청와대 경호실로까지 번졌다. 지난 1월16일 인수위원회가 그동안 사실상 독립 조직으로 활동해온 청와대 경호실을 ‘경호처’로 낮춰 대통령실장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호실 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사단이 났다. 경호실 소속 몇몇 요원이 여야 국회의원 4명에게 ‘비판 문건’을 돌렸다. 

A4 용지 8장 분량의 이 문건에는 경호 업무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호처장의 지휘권과 인사권·징계권을 보장하고, 대통령실 소속 기관 개념이 아닌 독립 운영을 위해 정부조직법상 경호처 설치 근거를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파문이 확산되자 경호실은 “경호실 사무관 두 사람이 의원 입법 활동을 돕자는 취지에서 개인적으로 돌린 문건이었다. 대통령실 소속으로 들어가는 데 대한 반발이 아니라 경호 업무의 특성상 독립성이 어느 정도 확보돼야 한다는 충정을 담은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인수위 측도 “법 개정의 필요성을 건의하는 정도로 받아들인다”라며 파장 확산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건을 받은 정치권에서는 민감한 조직의 특성을 들어 이를 경호실 일부 요원의 개인 돌출 행동으로 보지는 않는다. 인수위가 경호 업무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독립성을 죽이려 한다는, 조직 전체에 만연한 불만이 터져나왔다는 해석이다.

   
 
ⓒ뉴시스
이명박 당선자의 사저 경비를 서는 경찰 101경비단
 
 
1963년 박정희 정권의 등장과 함께 독립 조직으로 출범한 청와대 경호실은 행정·의전과 함께 대통령 비서 업무의 3대 기본 영역에 속한다. 역대 군사정권 시절 청와대 경호실은 대통령의 신변을 지키는 업무 특성상 성역으로 간주되면서 절대 권력을 행사했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경호실장은 군인 출신 대통령의 군 시절 심복 노릇을 했던 장군이 도맡았고, 법제상 직급도 장관급 예우를 받았다.

김영삼 정부는 비대해진 경호실의 힘을 빼고 문민화한다는 뜻에서 처음으로 경호실에서 잔뼈가 굵은 민간인 출신 박상범씨를 실장에 앉혀 개혁을 시도했다. 이때 처음으로 법제와 달리 실장의 직급도 차관으로 낮췄다. 그러나 얼마 안 가 YS는 육군 소장 출신인 김광섭 실장을 기용하고 직급도 다시 장관급으로 격상하면서 이후 군 출신 경호실장 체제로 돌아갔다.

경호처 격하를 독립성 훼손으로 인식

장막에 가린 무소불위의 권력기관 경호실이 대통령 경호라는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한 때는 김대중 정부 안주섭 실장 시절이었다. 이후 경호실장 직급은 계속 차관급이었다. 육군대학 총장 출신 안주섭실장은 재임 중 경호실의 월권을 일절 용납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경호실이 숨죽이며 그림자 경호에만 전념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정부는 청와대 경호실에 시대 변화 바람을 불어넣는 개혁에 착수했다. 과거 군 출신이 독점했던 경호실장 자리에 사상 최초로 경찰청장 출신인 김세옥 실장을 기용했다. 노무현 정부는 경호실 선진화 방안으로 경찰이 경호의 중심을 맡고 군은 후방 지원하는 체제로 정비하고자 했다. 그 내용이 바로 ‘국방개혁 2020’이다. 대통령 경호에 군이 지원하는 체제를 유지하되 지금까지 운용해온 방만한 경호부대를 폐지 또는 통합하고 합참에서 전투력 측정과 검증 등을 한다는 취지였다. 그 때문에 경호실은 내심 크게 긴장해온 터였다.

청와대 경호실 체제 개편이 숙제로 떠오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행 경호 시스템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신변 경호를 담당하는 경호실 시스템은 크게 3지대 개념이다. 가장 핵심인 1지대는 대통령이 머무르는 청와대 본관과 가족 숙소로서, 경호본부가 맡는다. 2지대는 청와대 담장 내부 경호로서 서울경찰청 소속 101경비단이, 그리고 3지대는 청와대 뒤편 인왕산 북한산 구기터널·삼청터널 인근의 경비로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제1경비단이 맡고 있다. 제1경비단은 과거 12·12 쿠데타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지휘를 몰래 받던 수방사 30단과 33단을 통합한 경호부대다. 3지대 구간 중 청와대 앞쪽 광화문 방면은 서울경찰청 202경비대가 맡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는 수방사 예하 338경비대가 청남대 경호를 담당했는데 참여정부 들어 청남대를 개방하면서 이 부대는 해체됐다.

   
 
ⓒ뉴시스
청와대 경호처장으로 내정된 김인종 전 2군사령관.
 
 
청와대 내·외곽 경비 경호 외에 대통령의 외부 행차 때 따라붙는 부서는 ‘수행경호부’이다. 여기에 경찰 22특별경호대와 군의 33헌병대가 외곽에서 보이지 않게 지원한다. 영부인의 외부 행차는 ‘가족경호부’가 수행하며 필요할 경우 수도권 대테러 여군 부대인 수방사 333특공대대가 은밀하게 외곽 지원을 맡는다.

대통령의 군부대 시찰 등 군 행사 참석 때는 경호실보다 기무사가 먼저 나선다. 기무사의 868부대가 나가 경호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그 뒤를 경호실 수행경호부가 따라간다. 과거 구데타가 잦았기 때문에 기무사의 대통령 경호부대는 상시적으로 수상한 병력 움직임과 군부 내 사조직에 대한 감시를 수행한다. 한마디로 ‘지키는 자 자신을 지키는 특수경호부대’인 셈이다.

경호부대가 군과 경찰로 이원화된 것은 분단과 냉전 때문이었다. 외부의 적에 대해서는 단일화된 경호부대가 효율적이지만, 분단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내부의 적도 상정해야 하므로 경호부대를 다양하게 구성해 상호 견제 감시하도록 했다. 현재 청와대 안팎의 각 경비단은 직속 단장의 지시에만 움직이도록 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참여정부가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하려 한 것은 경호 선진화라는 명분과 관련이 있었다. 현재는 전시나 쿠데타 시기와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므로 군 경호부대 중심의 경호 시스템을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각국의 경호 체제처럼 경찰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보았다. 또 그동안 경호실의 통제를 받으면서 군 내에서도 성역으로 간주된 수방사 예하 경호부대에 대해서는 국방부 합참에서 주기적인 능력 검증을 거치도록 하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참여정부 들어 경호실 산하 수방사 경호 작전부대의 전투력을 측정하려고 몇 차례 시도했으나 경호실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했다”라고 말했다.

경호부대 전투력 검증 시스템 도입해야

이같은 문제의식은 명색이 국가 통치자의 신변을 경호하는 정예 경호부대인데도 그 진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평가할 수 없었다는 데서 출발했다. 경호실 외에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태우 정부 때는 수방사 예하 경호부대인 30경비단에서 구타 사고로 경호부대원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경호실의 위세에 눌려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한다.

   
 
ⓒ뉴시스
청와대 경호실 공식 휘장.
 
 
이런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참여정부가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하자 경호실의 불만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 1월21일 경호실은 국회에 ‘대통령경호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서 경호실은 임무 범위를 그동안의 ‘대통령 경호’에서 ‘대통령 및 국가 요인 경호’로 확대했다. 대통령 경호를 넘어서 국무총리 및 3부 요인, 그리고 대통령 후보자 경호까지 경호실이 맡고 나서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경찰청은 강력히 반대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정부 인수위는 정부조직법 개편 내용에 경호실을 경호처로 격하해 대통령실장 밑에 두기로 하고, 경호처 업무 범위도 대통령 경호로 제한했다.

결국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국방개혁 2020의 경호부대 축소 개편에 대한 불만에 새 정부의 경호실 위상 격하 방침까지 맞물리면서 일부 경호실 요원에 의한 정치권 문건 사태가 터진 것이다.

이 소란의 와중에서 이명박 당선자는 신임 경호처장으로 김인종 전 2군사령관을 내정했다. 참여정부에서의 경찰 출신 경호 책임자를 군 출신으로 되돌려놓은 형국이다. 그러나 내막을 들여다보면 경찰 중심의 경호체제로 개편하되 군이 지원토록 한다는 참여정부의 경호실 개편 방향과는 달리 경호실장 직급을 45년 만에 장관에서 차관으로 법제화하고, 군 출신이 실장을 맡되 법적으로 직급을 낮춰 대통령실장 산하에 둠으로써 비대화와 권력화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조처가 경호실 요원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대통령 경호제도를 연구해온 군사 평론가 신우용씨는 “경호실이 창설 45년 만에 비로소 본래 업무 영역인 비서실 편제 아래 들어감으로써 정상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 앞으로 대통령 경호처는 명성에 걸맞게 자신을 버리고 오직 대통령 경호에만 전념하는 선진 경호 기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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