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안희태생활고에 더해 질병을 얻은 외국인 노동자(위)가 호소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지난 1월30일 법무부는 경기도 화성보호소에서 7개월째 수감 중인 네팔 이주노동자 수바수 씨를 강제 추방했다. 검사 결과 그의 몸무게는 최근 한 달 사이 5㎏이 줄었고, 혈당수치는 정상보다 4배나 높았다. 한국인이라면 입원을 권유받을 심각한 상태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는 수바수 씨가 당뇨병 외에도 3개월째 지속된 복통과 시력 저하 등 여러 질병을 앓고 있어 외국인보호소 내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서를 냈다. 사회단체도  조속한 치료를 위해 그의 ‘보호일시해제’를 요청했다.

수바수 씨의 당뇨병이 언제 발생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외국인보호소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그의 질병이 더 악화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법무부가 이런 상태의 수바수 씨를 조급하게 강제 출국한 것은 정당한 처사가 아니었음은 물론, ‘국익’을 위해서도 잘한 일이 아니다. 네팔 정부가 한국 정부의 이런 조처를 자국민에 대한 인권 유린으로 받아들였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반면 말기 암 환자였던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카일 씨의 사례는 국가기관이 국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았던 카일 씨는 얼마 전 인천의 한 병원에서 말기 하인두암 판정을 받았다. 의사로부터 살아갈 날이 몇 개월 남지 않았다는 말도 들었다. 청천벽력 같았다.

중병 앓는 외국인 노동자 쫓아낸 한국

하지만 사형선고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섯 차례나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1400만원이라는 엄청난 치료비가 청구되었기 때문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생활고를 겪어왔던 카일 씨는 죽음조차 편안히 맞을 수 없는 처지였다. 이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쪽이 국립의료원이었다. 의료원이 치료비를 1000만원 부담하고 나머지 치료비 일부만 카일 씨가 내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국립의료원은 카일 씨가 고국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일어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행기 안에 의사와 간호사까지 대동하도록 배려했다. 주위 사람들도 비행기 삯 등을 마련해준 덕분에 카일 씨는 본국으로 돌아가 가족 옆에서 삶을 마감할 수 있게 되었다. 방글라데시 대사관은 국립의료원의 배려를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대사관이 느끼는 감사의 마음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엄청난 외교 결실이다.

이와 반대로 중병을 앓는 몸으로 강제 추방당한 수바수 씨를 맞이해야 하는 네팔 정부와 그 가족의 심정은 어떨까? 그들의 눈에는 한국이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형식적 법질서만 중시하는 나라로 비쳤을 게다.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라면 중병을 앓는 수바수 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했을 것이다. 이런 조처가 장기 안목에서 나라의 이익이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는 ‘지구촌’ 시대의 상식이다.
오늘도 법무부는 국익을 위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강제 추방한다고 강조하지만, 강제 추방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 가운데서도 미등록 노동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의 인권을 짓밟는 강제 추방 정책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만 심각하게 훼손될 뿐이다.

가뜩이나 한국에서 당한 정신·신체 차별과 고통을 고국의 가족과 정부에 호소하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는 판이다. 인권유린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으면 심각한 국가 손실이다. 무턱대고 강제력을 사용할 게 아니라 출국 권고를 하는 등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를 먼저 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리라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명 최정의팔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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