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후쿠시마 핵 사고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핵 사고란 일반적인 산업재해와 근본적으로 다른, 가공할 재앙이 분명하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사태 직후부터 나는 엄청난 충격 속에서 핵 문제에 관한 문헌을 끊임없이 찾아서 읽었다. 이미 30년 전에 나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의사이자 저명한 반핵 활동가인 헬렌 칼디코트가 쓴 책 〈핵 광기〉를 읽고 전율을 느낀 경험이 있다. 이후에도 핵 문제에 관심은 있었으나 이번처럼 집중한 적은 없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발견한 실로 양심적인 과학자가 고이데 히로아키 선생이다. 그는 지금 환갑이 넘은 나이인데도, 직함이 교토 대학 원자로 실험소 조교이다. 물론 일본에서 ‘조교’라는 직위는 한국에서의 ‘조교’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어쨌든 환갑 넘은 이가 대학의 최하위직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 까닭은 결국 핵공학 전공자로서 핵 발전을 반대하는 데 일생을 바쳐왔기 때문이다. 고이데 씨는 후쿠시마 사태가 아니었다면 무명의 과학자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이후, 핵공학자라면 거의 예외 없이 어용학자뿐인 현실에서 그는 가장 신뢰받는 과학자로 인식되었고, 그 결과 그의 의견을 구하는 수많은 매체와 시민단체의 요청 때문에 잠시도 쉴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원자력의 거짓] 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 녹색평론사 펴냄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 녹색평론사 펴냄
고이데 씨는 원래 핵 기술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가지고 핵공학을 택했으나 학생 시절 어떤 집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생을 반핵 운동에 바치리라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반핵 운동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연구자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일생 동안 외로운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가 반핵 운동을 하는 첫 번째 이유가 안전 문제가 아니라 인간 차별 문제라는 점이다. 원자로라는 극도의 방사능 피폭 위험 환경에 놓여 있는 최하층 노동자의 존재, 늘 가난한 변두리 지역이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되는 현실, 현 세대의 이익 때문에 미래 세대가 위험에 처하는 문제…. 이런 다중적 차별 구조가 없다면 핵 발전 시스템은 처음부터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이데 선생은 강조한다. 그러니까 고이데 선생에 따르면, 과학의 양심이란 기본적으로 타자에의 관심, 즉 근원적인 의미의 상상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의 추천도서: 〈장기 비상시대〉 〈박정희의 맨얼굴〉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알라딘 추천 마법사가 김종철 님께 권하는 책
〈원전을 멈춰라〉 히로세 다카시 지음/이음 펴냄
〈스웨덴 패러독스〉 유모토 겐지 &사토 요시히로 지음/김영사 펴냄
〈글로벌 슬럼프〉 데이비드 맥낼리 지음 /그린비 펴냄

기자명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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