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룩셈부르크’의 책은 여행 서적으로 분류되어 검열을 통과하고, ‘막스’ 베버의 책은 칼 맑스로 오해받아 검열에 걸렸던 시절이 있었노라고, 선배들은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했다. 그리고 우리는 훗날 올해를 떠올리며 “리트윗(RT) 때문에 감옥 간 사람이 있었다”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국가보안법의 별명인 ‘막걸리 보안법’의 21세기 버전, ‘리트윗 보안법’의 탄생을 목격하라. 두둥!

리트윗 보안법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사진관을 운영하던 청년 박정근씨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우리 민족끼리(@uriminzok)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했다. 사정당국은 매의 눈과 꼼꼼한 인내력으로 박씨의 트윗 7만여 개를 분석한다. 


그중 이적표현물 384건과 북한의 주의·주장에 동조한 글 200건을 발견. 이를 ‘취득 및 반포’라고 쓰고,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그의 사진관으로 급습,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리트윗도 리트윗이지만, 박씨가 희망버스에 참여하는 등 ‘국가 체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인 점이 괘씸했다는 내용도 수색영장에 깨알같이 박혀 있다.

두 달에 걸친 경찰 조사, 보안수사대에서의 4차례 심문, 100쪽이 넘는 조서…. 지난해 최고 유행어인 “쫄지 마, 씨바!” 정신에 가장 충실했던 건 바로 박씨였다. 박씨의 대답은 간결했다. “장난이었다.” 그러나 결국 지난 1월11일 박씨는 구속됐다. 박씨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당이 한국 사회 이념지형도에서 ‘친북’과의 거리가 1만 광년쯤 된다는 사실을 판검사가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박씨는 자신이 북한을 비판하고 조롱했던 트윗을 반박 자료로 제출하는 대신 감옥에 갇혔다. 트위터를 ‘검열’하는 사정당국에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

리트윗만으로도 구속되는 세상. 앞으로 텔레비전에서 이춘희 아나운서가 나오는 조선중앙방송의 뉴스를 볼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대로 방송 전파에 내보냈다가 보도국장이 줄줄이 이적표현물 ‘취득 및 반포’ 행위로 구속될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그렇게 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도 텔레비전 뉴스 보고 알았다고 하는 원세훈 국정원장은 앞으로 어디서 북한 소식을 들을까. 대한민국의 안보는 이렇게 위험해지는구나. 아아, 통재로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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