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구본창씨(사진)에게도 모국어로 된 책 한 권이 사치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1980년대 독일 함부르크에서 유학하던 시절, 한인 식당에서 때 지난 한국 월간지나 신문이라도 발견하는 날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낯선 서양말에 항시 긴장해 있던 탓이다. 한국에서 소포로 소설책이라도 한 권 날아드는 날이면, 그 책을 빌려 읽고 싶어서 유학생 간에 경쟁이 치열했다.

구본창씨는 30여 년 전 자신의 유학 시절을 떠올리며 아름다운재단의 ‘나는 반대합니다’ 캠페인에 참여했다. 독서도 인권이라고 생각하는 구씨는 ‘책 한 권이 사치가 되는 이주민의 현실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www.beautifulfund.org)를 통해 ‘구본창의 반대’에 찬성한 이는 1월13일 현재 24명이다. 기부자들은 ‘40일 일정으로 여행을 갔는데 평소 안 읽던 성경을 통독했다. 모국어가 없는 환경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이주민의 문화와 한국인의 문화가 소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 기부를 약속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이번에 모인 기부금은 아름다운재단의 ‘책 날개를 단 아시아’ 사업에 쓰이게 된다. 한국에서 사는 아시아 이주민에게 모국어 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특히 네팔어·몽골어·베트남어 등 아시아어로 된 책을 구하는 데 집중한다. 재단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89개 다문화 도서관에 아시아 11개국 도서 4만5000권을 전달했다. 5000원이면 아이에게 동화책 1권을, 1만원이면 엄마에게 육아책 1권을 선물할 수 있다. 구본창씨는 기부자가 100명이 되면 이 중 10여 명을 경기도 성남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 초대할 예정이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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