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를 위성락 외교통상부 장관, 박선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외교통상부 장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이었다. 이들 7명은 전체 대북 관련 접촉의 30.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장환빈 당시 현대아산 경영지원본부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세 차례, 이명박 정부에서 두 차례 미국 대사관과 만나 대북사업 전망 및 북한 당국자들의 생각을 전해주었다. 장 본부장은 2006년 7월 북한 핵실험 이후 북한 관료들이 금강산 관광객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는 정보를 건넸다. 미국 대사관은 이 정보를 듣고, 대북 경제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장 본부장은 2009년 초 북한의 개성공단 접근제한 조처와 관련해 남북경협 사업이 잠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남북관계가 회복되면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 해 9월 이산가족 상봉으로 인해 남북 기류가 완화되자 중단되었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희망을 털어놓기도 했다.
엄종식 통일부 전 차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네 차례, 이명박 정부에서 한 차례 미국 대사관과 만났다. 이는 대북·안보 주무 부처인 통일부와 외교통상부 장관과의 접촉보다 많은 횟수이다. 이는 엄종식 전 차관이 당시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을 맡고 있었던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은 미국 대사관이 자신들과 자주 접촉한 장환빈 본부장과 엄종식 전 차관을 ‘Contact(연락선)’라고 설명한 대목이다. 주한 미국 대사관의 외교 문건에는 다양한 연락선이 나온다. ‘직접 연락선(direct contacts)’ ‘정기 연락선(regular contacts)’ ‘고참 연락선(long-time contact)’ ‘한국 연락선(ROK contacts)’ ‘우리의 청와대 연락선(our Blue House contacts)’ 등이다.
장환빈 본부장은 2006년 7월6일 외교 문건에 “현대아산의 운영과 계획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북한 당국과의 광범위한 접촉을 통해 북한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주는 대사관의 오래된 정보원”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엄종식 전 차관의 경우도 연락선으로 언급되어 있다. 2007년 8월21일 외교 문건에서 엄종식 당시 통일부 기획정책관은 남북정상회담 의제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대사관에 알려주었는데, 이 문건 말미에 나오는 대사관 논평에는 “우리의 통일부 연락선들은 회담 의제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확신하였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송민순 민주당 의원과 박선원 전 통일외교안보 비서관은 2011년 10월6일 국회 외통위 국감에서 엄종식 통일부 차관이 연락선으로 불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박 전 비서관은 “거기에 ‘콘택트(contact:접촉하는 사람)’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특수 정보의 출처를 뜻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엄종식 전 차관은 다음 날인 10월7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이나 대응을 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표현이 단순히 친분이 있어서 오랫동안 알아온 대화 상대자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무현 정부의 전 고위 관료는 “연락선(contact)이라는 용어가 반드시 ‘빨대’라고 볼 수는 없다. 대사관이 더 편하게 느끼는 당국자를 그렇게 지칭했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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