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사기 사건이 터지기 직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조희팔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와 의혹이 일고 있다. 조희팔의 차를 운전했던 김형민씨(가명)는 ”2008년 6월 하순경 조희팔 회장이 최시중 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면서 여의도 한 한정식집으로 가자고 해서 내가 대구에서 차를 몰고 태워다 드렸다. 그 자리는 젊은 시절부터 최시중 위원장과 막역한 사이인 대구지역 인사 조아무개씨가 조희팔 회장을 돕기 위해 주선한 식사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당시는 경찰이 조희팔 사기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 3달 쯤 전이다. 김씨는 그 뒤 조희팔씨가 최위원장과 식사 만남을 주선했다는 대구의 조아무개씨에게 전화해 ”형님, 돈은 돈대로 쓰고 이게 뭡니까“라고 원망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조희팔과 최위원장의 만남을 중개했다는 대구의 조아무개씨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기자의 전화에 ”그런 이야기는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최시중 위원장 측은 ”최위원장과 조아무개씨는 대구 대륜고 동문으로 학교에서 각각 최고 수재와 최고의 주먹이라고 불리던 사이라서 둘 사이에 친분이 깊은 것은 맞다. 하지만 특정 위치와 시간을 기억해서 조희팔씨를 같이 만났는지, 함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에 대해 기억에 남을만한 것은 없다고 하신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위원장님은 본인과 관계없이 이름을 팔아먹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러워 하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시사IN〉 제226호가 1월9일 발매되자 중개자로 지목된 조아무개씨는 1월10일 기자와 별도로 만나 추가 해명을 내놓았다. 조씨는 ”한때 조희팔이 호텔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내가 도와준 적은 있지만 최시중 위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하지는 않았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3자의 식사 장면을 목격했다는 조희팔 측근 핵심의 증언에 대해서는 ”조희팔이 나와 최위원장의 이름을 팔아 사업에 이용해보려고 허풍을 친 것이다. 조희팔은 나와 본이 다른 조씨인데 마치 종친인 것처럼 팔고 다녔다“라고 주장했다.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으로 피눈물 흘리는 5만여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MB정권 일부 실세들이 조희팔의 밀항과 송환 지연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의혹의 단초는 조희팔 일당이 금융다단계 사기 피해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영업점에 조희팔과 MB가 나란히 찍은 사진을 걸어놓고 회원 모집을 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구지역의 한 사기 피해자는 “조희팔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 후원을 하고 나란히 찍은 기념 사진을 챌린(대구지점 영업점 명칭)에 걸어놓고 피해자를 안심시키는 수단으로 썼다”라고 말했다.

물론 조희팔 일당이 대선 과정에서 MB와 함께 찍은 사진을 임의로 사기 사건에 악용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석연찮은 방법으로 경찰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 밀항한 조희팔 일당은 중국 내에서도 ‘현정권에서는 나를 못 잡아간다’라고 장담하며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밀항 이후 조희팔의 중국 내 은신처를 몇 차례 다녀왔다는 한 측근은 “밀항한 뒤 조희팔 회장의 친형 조희일씨가 국내에서 구속되니까 조회장이 나에게 ‘걱정할 것 없다. 내 형님은 MB쪽에서 탄원서 한 장 내면 금방 나올거다’라고 장담하더라. 헛소리인줄 알았는데 그 뒤 희안하게 조희일씨가 집행유예로 석방됐다“라고 말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에 조희팔 다단계 사기 사건 피해자들은 MB정권이 중요 지명수배자인 조희팔을 잡아들이지 않고 있는 배경에 정권 실세가 연루돼 있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조희팔 일행이 밀항한 뒤에도 국내에서 빼돌린 수백억원을 골프 모임 등 호화 도피 활동 자금으로 쓰면서 주변에 정권 실세들과의 관계를 과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믿음은 더욱 굳어지고 있다.

피해금액이 수십억원 대에 불과한 보이스피싱 사기범도 중국에 도피하면 대부분 잡아들여오는 것이 한중 공조 수사 수준이다. 하지만 피해금액 3조원대, 피해자 5만여 명에 이르는 단군이래 최대 사기사건 주범을 4년 째 중국에 방치해두고 있는 현실은 어떤 변명을 내세우더라도 ‘일부러 안 잡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것이 근거 없는 억측이라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MB정권은 중범죄자 조희팔을 하루속히 붙잡아와야 할 것이다.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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