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걸쳐 5만여명에게 3조원대 사기 피해를 입히고 2008년 12월 초순 중국으로 밀항한 ‘단군이래 최대 사기사건’ 주범 조희팔이 도피 직전 경찰 고위급 간부에게 수표 9억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조희팔 사건 수사 책임을 맡고 있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 권혁우 총경이 그 주인공이다.

〈시사IN〉 취재에 따르면, 권총경은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8년 10월30일 조희팔로부터 9억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날은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가 대구에 자리한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 본사에 대한 일제 압수수색을 실시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FM-TV표준방송조희팔 사건 수사 책임을 맡고 있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 권혁우 총경
다음날인 10월31일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사기 범죄 온상인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를 급습했지만 허탕만 쳤다. 조희팔이 범행 전모와 피해자 내역이 담긴 전산자료 등 일체의 증거 자료를 파기하고 달아났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 조희팔은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보트를 타고 해경 경비정의 호위 속에 서해 공해상을 통해 유유히 중국으로 밀항했다. 중요 지명 수배자이자 인터폴 적색수배 명단에 오른 조희팔은 현재까지 체포 송환되지 않고 중국에서 4년째 호화 도피생활을 하고 있다.

압수수색 전날 조희팔과 수상한 돈거래를 한 권혁우 총경은 그 뒤 경북 안동경찰서장을 거쳐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장으로 영전했다. 권총경이 책임자로 있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조희팔 밀항 및 사기사건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한편 대구지검은 권총경이 밀항 전 조희팔과 거액의 돈거래를 한 정황을 포착해 비밀리에 그를 불러 조사한 뒤 현재 ‘참고인 중지’ 처리를 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이 잡혀 들어오면 다시 정밀 대질 조사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권혁우 총경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투자한 비상장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조희팔로부터 투자 유치자금으로 8억원, 차용금으로 1억원을 받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전날 거액의 돈을 받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교롭게 그날이었을 뿐이다. 돈은 받았지만 압수수색 수사 정보는 흘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권총경은 자신이 현재 조희팔 사건 수사책임자를 맡게 된 것에 대해 “내가 희망해서 온 것이 아니라 위에서 발령냈다. 개인적 처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해 명예퇴직도 생각했지만 검찰이 ‘참고인 중지’를 시켜놔 그것도 안되더라”라며 "나 또한 이 사건으로 막심한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시사IN 자료조희팔(위)은 “현 정권이 날 못 잡는다”라고 호언한다.
한편 권총경의 인사권자인 조현오 경찰청장은 권총경이 조희팔과 부적절한 거액의 금전 거래를 했고, 이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아 ‘참고인 중지’ 중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오히려 그를 조희팔 사건을 총지휘하는 수사 책임자에 앉힌 것으로 드러났다. 권총경은 “내가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했고, 감찰 보고서도 써내 처음부터 경찰청 본청에서도 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조희팔 사기사건은 전국에 걸쳐 피해자 5만 여명에, 그간 수사기관 기소 과정에서 확인된 피해 액수만도 3조원대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생계형 사기 범죄로 꼽힌다. 사기사건 피해자 중 전재산을 날린 채 자살하거나 홧병으로 사망한 이들만도 10여명에 이른다고 피해자들은 증언한다. 이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조희팔을 체포 송환해와 엄정하게 사법처리하고 은닉재산을 찾아내 피해를 구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1월9일 발매되는 〈시사IN〉 226호를 참조할 것 

 

기자명 정희상 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