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점박아 힘내라!

EBS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은 우리 다큐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작품이었다. 컴퓨터그래픽 역량과 스토리텔링 노하우를 적절히 결합해 과학적이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다큐멘터리를 구현해냈다. 그 노하우가 극장용 3D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졌다.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는 〈한반도의 공룡〉을 극장용 영화에 걸맞게 스케일을 키우고 스펙터클한 결투 장면을 보강해 3D로 입체감을 살렸다. 8000만 년 전 백악기에 한반도에 살았던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가 포악한 티라노사우루스 ‘애꾸눈’에 맞서 가족을 지켜내는 이야기다. 여기에 비열한 사냥꾼 벨로시랩터들도 호시탐탐 가족을 노린다. 지구의 환경도 점점 이상해져 점박이네 가족을 위협한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다. 점박아, 힘내라!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과 함께 방학 때 볼만한 작품이다. (1월26일 개봉)

안티결혼 다큐멘터리 〈두 개의 선〉 비혼 커플이 사는 법

안티결혼 다큐멘터리 〈두 개의 선〉은 연애 8년 뒤에 2년째 동거 중인 지민-철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결혼을 피하는 방법’에 대해 탐구한다. 연애에서 결혼으로, 그리고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여성이 어떤 일을 겪고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 시시콜콜하게 살폈다. 대학에서 만나 연애 10년째인 커플이 ‘임신’ 하나로 인해 얼마나 힘겨워지는지, 얼마나 복잡한 심경에 처하는지 들여다보았다. “언제 결혼할 거냐”라는 질문과 “왜 결혼하지 않느냐”라는 주변의 추궁에 “도대체 왜 결혼을 해야 하는 거냐”라고 항변하며 우리 시대 결혼제도에 대해 따져본다. 〈두 개의 선〉은 이미 충분히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옥랑문화상을 수상했고, 2011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단편·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각종 인권영화제와 여성영화제에서도 화제 만발이었다. (2월 개봉)

연극 〈영원한 평화〉 개의 눈에 비친 테러

개들의 이야기다. 임마누엘·오딘·존존은 테러리스트와 싸우기 위한 최고 엘리트 견을 뽑는 선발시험에서 최종까지 살아남은 후보다. 투견이었다가 철학을 전공하는 주인을 만나 철학적 사색을 늘어놓는 임마누엘,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오딘,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최고의 교육을 받았지만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존존. 테러를 진압해야 하지만 알고 보니 무고한 사람이 연루됐을 경우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이 꼬인다. 연극은 탐색견을 통해 ‘폭력의 정당성’에 대해 고민한다. 9·11 테러와 마드리드 열차 폭탄 사건을 지켜보고 폭력과 테러리즘에 대해 생각하던 작가 후안 마요르가는 어느 날 공항에서 테러리스트의 폭발물을 찾는 탐색견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탐색견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이 궁금해진 작가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영원한 평화〉를 집필했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하얀앵두〉의 김동현이 연출을 맡았다. (1월26일~2월12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 

전시 〈상처 위로 핀 풀꽃〉

한국에 남아 있는 일제의 흔적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재갑이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일본과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카메라에 담은 한국 속 일본 문화와 일본으로 강제 연행된 조선인의 흔적을 모아 사진전을 연다. 〈상처 위로 핀 풀꽃〉은 역사 속 희생자들의 흔적과 한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16년 전 한국에 남아 있는 일제의 흔적과 그 속에서 영위되고 있는 우리 민족의 삶, 그 부조화에 주목하며 작업을 시작했다. 대한해협을 건너 후쿠오카, 오사카, 나가사키, 히로시마, 오키나와 등 일본 전역을 아우른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불과 한 세기 전의 역사, 식민지의 잔영을 다시 우리 앞에 불러낸다. 국내에 거주하는 혼혈인을 다룬 〈또 하나의 한국인〉, 경산 코발트광산 학살사건을 다룬 〈잃어버린 기억〉 등의 작업을 통해 다큐멘터리 사진의 입지를 다진 이재갑의 이번 전시는 지난해 8월 대구에 이어 두 번째다. (1월11일~2월10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스페이스99)

시각장애인 실내악단 〈희망 나눔 콘서트〉 악보·지휘자 없는 연주회

‘하트 쳄버오케스트라’는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실내악단이다. 이 오케스트라에는 두 가지가 없다. 하나는 악보, 다른 하나는 지휘자다. 악보와 지휘자 없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감동을 만들어낸다. ‘하트 쳄버오케스트라’의 규모는 크지 않다. 실내악단을 이끌고 있는 클라리네티스트 이상재 음악감독을 비롯해 11명의 시각장애인 연주자와 7명의 객원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도 야무지게 활동했다. 2007년 창단해 지금까지 90회 정도 공연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하고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2012년을 맞아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밝게 하는 희망의 전도사가 되겠다며 〈희망 나눔 콘서트〉를 갖는다. (1월14일, 서울 강북구 번동 꿈의숲 아트센터 콘서트홀)

문화 잡지 〈도미노〉 부고만 모은 잡지?

지난해 마지막 날, 문화 잡지 하나가 창간되었다. 조용했다. 독립 잡지를 표방하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발행할 생각도 없다. 〈도미노〉는 느슨한 동인 체제에 바탕을 두고 넓은 의미의 문화적 이슈를 다루는 비정기 잡지다. 디자이너 김형재, 영화·음악·미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함영준, 밴드 404의 정세현, 자유기고가 존 로스, 패션 블로거 박세진, 디자이너 배민기 등이 편집 동인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글을 풀어나가지만 폼 잡으며 아는 척하는 게 아니라 격의 없는 ‘수다’를 지향한다. 창간호의 뼈대는 ‘부고’다. 2011년, 말 그대로 유명을 달리한 유명인의 삶을 추적하기도 하고, 단지 2011년에 사라진 어떤 것을 회고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리비아의 카다피, 영구아트무비의 심형래가 있다. 홍대 앞 한 귀퉁이의 라이브클럽 쌤은 서울시청이 건립됨과 동시에 용산으로 후퇴했다. 이 모든 것의 부고를 다뤘다. 

※ B급 좌판 아이템은 문화예술 현장 활동가 50명의 추천을 받아 선정합니다.

기자명 정리 고재열·변진경·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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