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각각 두 번씩 참전하고 지난해 여름 전역한 노아 페라이트 씨(24)는 현재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전역 직후 그는 의기양양했다. “나는 군대에서 공보부에 있었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회사나 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공무원으로 쉽게 취업할 수 있을 줄 알았다”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지난가을 내내 자신이 사는 뉴욕 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일자리 공고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력서를 보내도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운이 좋아 면접 기회를 얻어도 번번이 취업에는 실패했다. 그는 “그들이 나의 군대 기록을 보자 실망하는 듯했다. 아마도 참전 군인이 기업들의 기피 대상인 듯하다”라고 말했다.


ⓒAP Photo경찰은 수색 끝에 1월2일 눈 속에서 반스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등에 참전했다 돌아온 미국 퇴역 군인들이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인다. 특히 20대 전역자의 실업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미국 20대 제대 군인 대부분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쯤에 군대를 지원했다. 그런데 이들이 돌아와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제대 군인의 실업률은 평균 30%로 군대 경험이 없는 같은 연령대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미국 노동부 제인 오티스 차관(취업교육 담당)은 “20년을 채우지 않고 단기 제대하는 청년 전역자의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페라이트 씨는 “제대하기 전에만 해도 사람들은 나에게 20대 초반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이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회는 참전 군인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라며 강한 불만을 보였다. 20대 제대 군인의 실업률이 높은 것은 현재 미국이 사상 유례없는 대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많은 미국 기업이 참전 군인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험한 전쟁터에서 생사를 다투는 일을 겪고 온 제대 군인이 민간인과의 소통·교류에 서투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참전으로 인한 우울증, 분노장애 등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의심하기도 한다. 한 기업체 인사과 간부는 “참전 군인의 경우 군 복무 경험을 민간의 직업적 기술로 바꿔서 생각하고 말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 ‘정신병자’를 회사에 들였다가 엄청난 사고가 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극단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참전 군인이 저지른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미국 뉴스에 오르내리기 때문이다. 워싱턴 주 매코드 공군기지 주변은 이들로 인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살인과 강도, 가정폭력과 자살로 몸살을 앓는다. 1월1일 새해 벽두부터 이른바 ‘인간 람보’로 불리며 레이니어 국립공원을 총격 사고로 물들인 벤저민 반스(24)도 참전 용사 출신이다. 


ⓒAP Photo새해 벽두에 총격 사건을 일으킨 벤저민 반스.
반스는 2008년 이라크 주둔 신속기동여단에서 일병으로 복무하던 중 2009년 가을 음주운전과 불법무기 보유 혐의로 강제 전역했다. 그 뒤 그는 사회에 복귀하기 위해 취업하려 애썼으나 실패를 거듭했다고 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극심한 자살 충동에 시달리다가 새해 첫날 살인과 총격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향후 5년간 제대 예정자 100만명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언제 ‘시한폭탄’으로 터질지 모르는 참전 용사들의 채용을 꺼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악순환을 부추길 뿐이다. 취직하지 못한 상태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경제적 고통을 겪다가 사고를 내는 참전 군인이 더욱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그동안 기업에 군 출신을 적극 채용할 것을 권유해왔다. 참전 군인을 고용한 기업에 세금 혜택 등을 주고 JP모건체이스, 버라이즌 등 대기업이 2020년까지 전역자 10만명을 채용하게끔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경험자 22만명은 여전히 실직 상태다. 그뿐 아니라 향후 5년간 추가 제대자만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살아 돌아온 이들의 생존 전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자명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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