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다수는 김정은 체제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로 ‘핏줄’인 김경희·장성택 부부를 꼽았다. 특히 지난해 9월 당 대표자회의 때 북한군 첫 ‘여성 대장’이 된 김경희 당 정치국 위원 겸 인민군 대장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모인 그녀가 젊은 김정은 뒤에서 ‘수렴청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로열패밀리에도 성골과 진골이 있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은 사실상 집사 역할이다. 김경희와 비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원과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김경희는 김일성 가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종친부의 수장으로서 장성택보다 더 중요한 인물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권력 실세들. 위 왼쪽부터 장성택·김경희·이영호·오극렬·최룡해.

그러나 고모부 장성택 역시 김정은 체제와 공동 운명체로서 ‘중심인물’이라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었다. 장성택은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으로 공안·사법기관을 총괄하고 있어서 권력층 내 지지 세력 확대와 반대파 감시에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군부 실력자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나선·황금평 특구 개발을 담당하는 북·중 공동 지도위원회의 북한 측 위원장으로 외자유치 사업의 전면에 서 있다.

한편으로는 군부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정일은 김정은의 군부 장악을 돕기 위해 2009년부터 원로들을 차례로 은퇴시키고 60대 전후의 비교적 젊은 군 인사들을 요직에 포진해왔다. 이영호 총참모장은 대표적 실력자로 김정은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혁명 원로의 자제들이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혁명 1세대 자제들은 이미 지난해 9월 당대표자회를 통해 요직에 진출한 상태이다.

그중 돋보이는 인물이 김일성 주석의 혁명 동지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차남 최룡해 노동당 비서이다. 최룡해는 노동당 내 서열이 장성택보다 앞서며, 장성택이 갖고 있지 않은 조선인민군 대장 직책을 지난해 김정은과 함께 받기도 했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장성택을 중심으로 해서 군의 이영호, 외곽 지원 세력 최룡해, 이 세 사람이 김정은 체제의 트로이카가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에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진 원로이자 강성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도 주목할 대상이다. 오극렬을 비롯한 원로 세력이 나이 어린 김정은이 북한을 이끌어나가는 데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조력자가 될지, 반발 세력이 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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