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 관계에서 김정은에게 주어진 시간은 대체로 1년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중국·한국·러시아 등 주변 국가가 2012년은 권력 교체기라 북한 상황의 안정을 원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는 2013년 초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중국부터 들여다보자. 중국은 과거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문제로 김정일 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김 위원장이 요청하면 주겠다는 식이었는데, 자존심이 상한 김 위원장이 끝까지 요구하지 않아 대량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고난의 행군기를 보내야 했다. 북한은 북한대로 탈북자들을 동북3성에 풀어놓음으로써 중국을 괴롭혔다.
 

2010년 11월23일 북한군의 포격으로 연평도가 포화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강했던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중국에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관건은 중국이 북한에 이미 약속한 20억 달러(약 2조3000억원) 자금지원을 내년 상반기 중 실행에 옮길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상무부·국가개발은행·인민은행 관계자들이 평양에 들어가 북한의 대풍그룹 및 국가개발은행 관계자와 만나 북한 경제 회생의 종잣돈으로 20억 달러의 자금을 은행 간 환전 시스템이 구축되는 대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4·15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 행사 전까지 이 돈이 들어올 경우 김정은 체제의 출범은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대풍이나 국가개발은행이 모두 장성택 라인이기 때문에 그동안 뚜렷한 실적을 보여주지 못해 체면이 상했던 장성택의 입지도 다져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군의 ‘능동적 억지전략’도 변수

미국의 경우 최근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움직임이 시작된 시점이 바로 한·미 FTA 국회 통과 이후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FTA로 한국의 손발이 묶인 것을 확인한 뒤 이제부터 대북 문제에서 ‘마이 웨이’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셈이다. 미국의 대북 노선은 늘 내부 권력 투쟁의 향배와 직결돼왔다. 따라서 2012년 미국 대선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지면 지금은 숨을 죽이고 있는 북한 내 오극렬 등 군 원로 강경파와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연평도 피격 이후 군의 새로운 교리로 등장한 ‘능동적 억지전략’이 맞물릴 경우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 있다. ‘능동적 억지전략’은 확전 방지에 중점을 둔 기존 교전규칙 대신 북한의 도발의지 소멸을 겨냥해 확전을 불사하는 등 공세적 전략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의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시도 등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 측에서 먼저 자극하고 북한이 대응하면 확대해서 대응한다는 식이 될 경우 늘 일촉즉발의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부의 대북 기조가 선회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군의 공세적 군사교리가 유지되고 미국 내 권력 투쟁 결과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 오면 ‘한·미 양국 군부 대 북한 군부’의 대결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자명 남문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bulgot@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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