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시민 사회 전반은 인수위의 박약한 인권 의식을 염려한다.
국가인권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개편하려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시도는 현대의 인권 보장 체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수위는 그 근거로 헌법을 들지만, 헌법 자체가 인권의 최대한 보장을 궁극 목적으로 함을 간과했다.

실제로 인수위는 인권위를 현재처럼 ‘소속 없는 국가기구’로 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권력분립 자체가 인권 보장을 위한 방편으로 고안된 것임을 전제한다면 인수위의 주장은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인권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반이 인수위의 개편안에 격렬히 반대하고 냉소를 보내는데, 이것은 논거의 문제조차 인식 못하는 인수위의 박약한 인권 의식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인권위법 개정안이 국회에 넘어가면서 권력분립론은 이제 입법재량론으로 바뀐다.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하느냐, 소속 없는 국가기구로 하느냐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입법 정책으로 결정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일견 객관 판단이자 법리에 충실한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논의 역시 현대 인권 이념이 내포된, 중요한 요소 하나가 빠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권위의 독립은 재량이 아니라 명령이다. 주지하듯, 인권의 최대 보장은 현대 국가에 주어진 최우선 의무이다. 그것은 입법권뿐 아니라 주권자의 의지까지 구속하는 인류 공통의 명령이다. 이 보편 명령을 구현하기 위해 1993년 ‘파리 원칙’은 인권 보장과 증진의 권한을 가진 국가 인권기구를 설립하고, 그에 명실상부한 독립성을 보장할 것을 모든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다.

인권위 독립성, 국제 기준에 구속되어야

문제는 이 ‘파리 원칙’이 국가 인권기구를 입법부의 재량에 일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원칙은 국가 인권기구를 법적 기구로 할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그 이유는 국가 인권기구의 ‘법적 독립성, 특히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확보’에 두었다. 국회는 그 나라의 사정을 고려해 국가 인권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권한은 가지되, 반드시 법률은 ‘정부와 정부의 영향력을 받는 모든 기관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관’을 설립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한도 내에서만 ‘국가 인권기구를 정부기관과 구별짓도록’ 요청하는 국제 표준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인수위의 권력분립론이나 입법재량론은 이 점에서 지나친 법률주의의 오류를 범했다. 국가 인권기구는 한 국가 내의 기구인 동시에 국제적 인권 레짐(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범과 규칙)의 한 부분이다. 보편 인권 이념을 실천하기 위한 세계법 규율이 국경의 벽을 뚫고, 국가 내 삶의 공간에까지 폭을 넓히는 통로가 바로 국가 인권기구이다. 그래서 그것의 존재에 관한 법률은 한 국가의 입법 재량 밖에 존재하게 된다.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국제 기준에 구속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우리의 정치 현실을 고려할 때 어떤 조직 형태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최선인지 판단하고, 그에 부합하는 법률을 만들면 된다. 유일한 방안은 인권위 설립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듯, 현재와 같은 ‘소속 없는 국가기구’일 따름이다.

기자명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과)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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