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 1월7일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회원들이 서울 삼청동 이명박 당선자 집무실 앞에서 대학 등록금 20% 인하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 삼청동에 있는 이명박 당선자의 집무실 앞에서는 지난 1월1일부터 매일 아침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회원이 시위를 한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대학 등록금 20% 인하’다. 학사모 대표 최미숙씨(51)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당선했으니 약속한 50%는 아니더라도 현실적으로 등록금을 내리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대학생 아들이 셋이다. 계속 바뀌는 까다로운 입시제도에 맞춰 세 아들을 공부시키기가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면 교육비 부담에서 벗어나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쌍둥이인 둘째와 셋째가 함께 대학에 입학해 한 학기 등록금만 1000만원이 넘다 보니 걱정이 커졌다. 그는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들을 차례로 군대에 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첫째는 제대 후에 대학에 다니고 있고, 나머지 둘은 지금 군복무 중이다.

대학 등록금에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각 대학은 지난해에 이어 등록금을 6~10% 인상할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명박 당선자는 대선 공약이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을 반드시 실현하라”고 압박했다. 자세한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국가장학 제도’를 바탕으로 한 등록금 부담 경감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대학생 한 명이 1년에 2000만원 쓴다

지난해 전국 사립대학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344만9700원이었다. 여기에 서울대에서 조사한 ‘재학생 표준생활비’ 연 1044만원(월 87만원)을 더하면 대학생 한 명 앞으로 1년에 들어가는 돈은 1734만원 정도 나온다. 이는 서울지역 거주자 기준이어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지방학생은 여기에 평균 주거비 연 260만원(월 30여 만원)가량을 더해야 한다. 서울로 자식을 유학 보낸 부모는 지난해 평균 2000만원 정도를 쓴 셈이다. 그 밖에 대학생의 해외 어학연수와 취업 등을 위한 휴학이 느는 것을 감안하면 졸업할 때까지 1억원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부모 처지에서는 대학생 자녀를 키우는 것이 큰 부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가장을 둔 우리나라 가정의 연평균 근로소득은 대략 2760만원(월 230만원)이다. 수입의 대부분을 대학생 자녀에게 쏟아붓는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만약 자녀가 둘 이상 같은 시기에 대학에 다닌다면 교육비 지출이 훨씬 늘어난다.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지난 1월24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5%가 넘는다. 등록금이 연 1000만원을 넘고, 인상률도 물가상승률의 세 배에 이르는 상황은 서민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이자율 너무 높아

정부는 각 가정의 부담을 줄이고 교육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정부 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한 해 이 제도를 통해 학자금을 빌린 대학생은 61만5000여 명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1296억원이다. 그러나 등록금이 워낙 비싼 데다 이자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학자금 대출이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근본 대책이 못 된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는 학자금 대출 이자가 지난해보다 0.99% 포인트 오른 연 7.65%로 책정돼 부담은 더욱 늘 전망이다.

일단 공부하고 졸업 후에 갚으면 되기에 학자금 대출 제도가 당장 부모의 부담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학생 처지에서는 돈을 벌기도 전에 빚을 안고 사회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에게 무시 못할 부담이다.

올 3월 중앙대 음악대학원에 진학하는 김 아무개씨(25)는 졸업 후에 6000만원가량 빚을 지게 될 것 같다. 학기당 6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4학기나 내야 하는 데다 학부생 시절 대출받은 8학기 등록금을 합한 빚이다. 그는 지금도 월평균 10만원 정도 대출이자를 갚고 있다. 김씨는 “음악을 전공해서 대학원을 졸업해도 곧바로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직장을 얻기 어렵다. 대출금을 갚을 생각을 하면 막막하기만 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에는 취업이 어려워 소득 없이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고 있는 청년 실업자도 늘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개인이 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보증을 선 정부가 대신 물어준 사례는 5439건(약 154억원)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성명을 통해 “대학 졸업장은 신용불량 증명서라는 말도 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주호 의원은 최근 평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인수위 경제분과와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자금 대출 금리 인하’와 ‘학자금 인하’는 별개 문제다. 설령 대출 금리가 낮아져도 등록금이 계속 오른다면 개인 부담은 줄지 않는다. 이명박 당선자의 대선 공약은 ‘반값 대출 금리’가 아닌 ‘반값 등록금’ 정책이었다. 그러나 인수위는 이제와서 슬그머니 말을 바꿔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태도이다.

기자명 박근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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