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는 린든 랩이 개발한 온라인상의 3D 가상 현실 커뮤니티다. 2003년에 시작한 이 서비스는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으며 전세계로 확산되어 현재 이용자가 1000만명이 넘는다. 한국에서도 베타 오픈 때부터 네티즌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는데, 2월25일 한국 서비스를 공식 오픈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세컨드 라이프는 언뜻 보기에 한국의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 형식을 띠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해진 ‘목적’이나 ‘퀘스트’(게임상에서 달성해야 할 과제)도 없고, 레벨 구분도 없다.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현실에서와 똑같이 일상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목적. 다른 사람과 사귀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싸이월드’나 포털의 카페 서비스와 비슷한 소셜 네트워크의 일종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처럼 거래를 하거나 사업을 벌이고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전혀 다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기업체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온라인 마케팅을 그 어느 때보다 비중 있게 다루는 현재, 현실과 똑같은 가상 사회에서 마케팅 공간을 마련해 홍보 수단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의 한 회사는 버추얼센터를 준비해 제품을 소개하고 직접 판매까지 할 예정이다. 제품을 구매하려는 네티즌은 실제 상점을 방문한 것과 똑같이 상주 직원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궁금한 점을 물을 수도 있도록 한다는 것.

이렇게 현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특징 덕에 기업이나 교육 기관, 연구소 등의 눈길은 끌고 있지만 부정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안 그래도 청소년의 게임 중독이나 온라인을 통한 사기 및 부정 행위 사례가 느는데, 강제 제지나 방어막에 대한 대책이 없는 사이버 공간의 문제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다. 그 중에서도 대표는 ‘사이버 섹스’. 성인 인증을 통한다고는 하지만 부모나 친지의 주민번호를 이용해 성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청소년을 차단할 길은 사실상 없다. 또한 가상 세계에 지나치게 몰두해 현실의 자아를 잃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나온다.

너무 이른 서비스와 IT 버블 붕괴로 중지되었던 토종 가상 세계 서비스인 ‘다다월드’ 또한 ‘터23’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개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니,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사이버펑크의 세상이 휴대전화만큼 익숙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기자명 임지호 (출판사 북스피어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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