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은 추운 날씨에도 '나꼼수 FTA 비준 무효 특별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10만여명의 관객들로 뜨거웠다.

이날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장시간 공연을 지켜봤다.

미처 공원 안으로 입장하지 못한 시민들은 공원 밖에서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서 있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한미FTA에 찬성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역구와 이름을 가사로 엮은 '나꼼수 매국 송'으로 시작해 공연의 목적을 알렸다.

특히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와 인기 팟캐스트 나꼼수 팀이 함께 한 공연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김선동 의원, 민주당 정동영 의원 등 야5당 의원들도 무대에 올라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다.

정동영 의원은 "한미FTA를 저지하는 것이 정치를 하는 가장 큰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며 "협정의 목적은 한미 간 자유무역의 확대를 넘어서 한국의 법과 관행을 미국식으로 바꾸는 것이기에 방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콰도르는 2006년 미국과의 FTA를 파기한 바 있다"며 "에콰도르도 하는데 한국이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한미FTA는 미래를 헌납하는 협정이기에 반대한다"며 "백만 시민이 모이면 협정 발효를 막을 수 있다"고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통합연대 심상정 상임대표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국가는 하향곡선을 그리는 반면 이를 반대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은 경제와 정치가 모두 발전했다"고 설파했다.

'나는 꼼수다' 4인방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시사인 주진우 기자,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는 이날도 신랄한 사회비판과 유머감각 넘치는 입담으로 좌중을 사로 잡았다.

이날 콘서트에는 공지영 작가와 민주당 박영선 의원 등 4인방의 지인이 참석해 이들의 비밀과 치부를 폭로하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공씨는 "얼마 전 양산 콘서트가 끝나고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 댁을 방문했는데 정 의원으로부터 문자가 왔다"며 "자신이 왜 안 갔냐고 사람들이 묻거든 대권 주자끼리 서로 불편한 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전하라고 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정 의원의 저서에 추천서를 써 달라고 부탁하기에 원고를 보내라 했더니 '이제 쓸 것'이라고 말하고는 한 달도 안 돼 원고를 완성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김용민 교수의 성대모사 퍼레이드도 이어졌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 디자이너 고 앙드레김의 감탄사를 휴대폰 진동 버전으로 흉내 내는가 하면, 조현오 경찰청장,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등의 목소리를 따라하기도 했다.

한편 서울·대구·광주 등 전국을 돌며 진행되는 나꼼수 콘서트는 각 지역마다 입장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등 팟 캐스트에서 만큼이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은 대부분 한미FTA 등 국가의 현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주부 조성숙(38·여)씨는 "실제 공연 현장에 와보니 인터넷 라디오로 듣는 것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다"며 "한편으로는 우리가 나꼼수를 듣고 거리에 나와 모이는 것 외에 한미FTA 발효를 저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윤주(23·여)씨는 "나꼼수를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이에 열광하는 이유가 궁금해 현장을 찾았다"며 "FTA관련 현안 등 그동안 관심갖지 않았던 많은 일들에 대해 알게 된 기쁨으로 차가운 바닥에 앉아있어도 추운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주부 채은주(40·여)씨는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나와 내 가족, 나라를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이기에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 뿐"이라며 "일각에서 좌파나 시위꾼으로 모는 것에 대해 불쾌한 심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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