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산업에서 라이브 클럽이 차지하는 역할은 수원지 같다. 새로운 음악은 클럽에서 시작되고 실험된다. 미래의 스타들은 대부분 클럽에서 첫발을 내딛는다. 어디까지나 음악산업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의 이야기다. 비정상적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클럽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이브 클럽 ‘빵’은 그런 역할을 10여 년 동안 꾸준히 수행해왔다. 비록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스타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음악을 허투루 여기지 않는 이들에게 빵은 전자양, 라이너스의 담요, 푸른 새벽, 이장혁 등을 배출한 숨은 공신 역할을 해왔다. 한국 인디 신에서 가장 건강하며 클럽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공간으로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빵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담은 컴필레이션(여러 가수의 히트곡을 한꺼번에 모은 앨범) 앨범이 나왔다. 〈빵 컴필레이션 3〉은 음악을 대할 때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인디 신의 건강한 신인과 중견들을 두루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한다.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에 대한 21세기의 대답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이장혁의 신곡 ‘조’부터 1990년대 미국 인디록 사운드를 기가 막히게 소화하고 있는 플라스틱 피플의 ‘Morning After’, 후일의 인디 신에서 주목할 만한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로로스의 ‘성장통’, 〈커피 프린스 1호점〉을 통해 이름을 알린 어른 아이의 ‘감기’ 등, 실로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자아가 멈춤 없이 펼쳐진다. 모던 록 클럽을 표방하고 있는 빵이지만 이 공간의 모던 록이 소녀 취향 팬에게 아부하고 친(親)가요 일변도의 코드로 익숙함에만 호소하는 그런 음악이 아님을 빵에서 활동 중인 팀들은 〈빵 컴필레이션 3〉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진솔함과 신선함이 공존하고 재기와 감성이 함께 어우러진다. 이것이 진정한 모던 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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