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불온서적’ 리스트가 나온 2개월 뒤인 2008년 10월 ‘실천문학’ ‘후마니타스’ ‘철수와 영희’ 등 11개 출판사와 한홍구·정태인·홍세화 씨 등 저자 11명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국방부가 불온서적 목록을 작성해 3군에 금서 조처를 한 것은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요지였다.

당시 실무를 맡은 박정훈 철수와영희 대표는 “명예회복 차원에서 소송을 걸었다. 소장을 받고 국방부 답변서도 받았지만 재판은 지지부진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최병모 변호사는 “재판 기일이 잡히지 않고 있다. 이 정부가 끝나고 할 참인지…”라며 답답해했다.

그 와중에 2010년 현직 군법무관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지시의 근거가 됐던 군인복무규율 16조2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6(합헌)대3(위헌) 의견으로 기각했다. 해당 규율은 이번에 입수한 문건의 관련 규정에도 등장한다. 국방부는 헌법소원을 낸 법무관들을 파면, 감봉 등 징계 처리했다.

당시 장하준 교수는 소송에 참가하지 않았다. 장 교수는 “내 책이 불온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건, 그쪽에서 주장하는 반미라든가, 반정부라든가 하는 개념 자체가 맞다고 인정하는 거다. 도리어 존재 근거를 정당화하니까 동참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헌재가 군 규율에 대해선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그것이 곧 불온도서에 대한 정당성 확보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견해도 명확히 밝혔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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