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 서울시장 선거에서 2040으로 불리는 시민정치 세력이 승리하자 다음 날 MB는 이런 말을 했다.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젊은 세대의 뜻을 깊이 새기겠다.”

이 말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시각은 오전 10시, 그로부터 불과 30분 뒤 어처구니없는 뉴스가 튀어 나왔다. “경호처장에 어청수를 선임한다.” MB 사저, 이른바 내곡동 게이트로 ‘독박’ 쓰고 나간 김인종 처장 자리에 어청수(사진)를 앉힌다는 소리였다.

어청수는 경찰청장이던 2008년 촛불 시위 때 폭력 진압, ‘명박산성’ 등으로 온갖 물의를 일으켰고, 버티고 버티다 결국 쫓겨났던 MB 정권 불통의 상징이다. 그가 청와대로? 국민의 뜻을 ‘들이받은’ 격이고, 젊은 세대의 뜻을 ‘생까겠다’는 뜻이다.


유체이탈이 있었을 법한 두 종류의 MB가 하나의 뉴스 프로그램에 나온다면 시청자들은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그래서 꼼꼼한 KBS· MBC·SBS는 어청수 경호처장 선임 뉴스를 아주 짧게 처리했다. 촛불 진압 경찰청장 이력도 미처 떠올리지 못하도록 아주 짧게 치고 빠졌다.

당일 어청수에 할애된 메인 뉴스 보도 시간은 KBS 7초, MBC 8초, SBS 13초였고 다른 뉴스 시간에도 20초 정도의 의미 없는 이력 나열이 전부였다.

기자명 노종면 (‘용가리통뼈뉴스’ 당수, YTN 해직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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