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와 경제질서〉
A. 하이에크 지음 박상수 번역
자유기업원 펴냄
세계관은 무척 중요하다. 특히 젊은 날 어떤 세계관으로 자신을 무장하는가에 따라서 이후 삶은 아주 다른 궤적을 그릴 수 있다. 불행히도 우리 교육은 자기와 사회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늘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 사실과 법칙을 외우고 이를 문제 풀이에 사용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런 교육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갖는 데 어려움을 안겨준다. 필자 역시 학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연구원 생활을 하던 초기에 지적 방황을 경험했다.
이때 도움을 받았던 대단한 책 가운데 하나가 자유주의 경제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프리드리 A. 하이에크의 〈개인주의와 경제질서〉이다. 연구원 생활을 하던 초기만 하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은 부족함 투성이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수학이나 이론 중심 교육을 받았을 뿐 옳고 그름이나 사회의 작동 원리에 대해 확고한 틀을 세울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하이에크의 대표작 가운데 한 권으로 사회의 작동 원리와 번영된 사회로 가기 위해 이해해야 할 필수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이 진실이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다루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과 발언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에 나는 ‘저분들이 젊은 날 정확한 세계관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가졌던 적이 있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든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 세계관이 사실과 다른, 그리고 진실과 다른 것이라면 얼마나 큰 문제가 발생하겠는가. 나는 한 인간의 실패, 그리고 한 사회의 쇠락도 모두 잘못된 세계관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고 본다. 영국의 경험론에 바탕을 둔 진정한 개인주의와 데카르트적 합리주의에 바탕을 둔 합리주의적 개인주의는 한쪽은 자유의 길로, 다른 한쪽은 계획의 길로 이끌게 된다. 후자의 거짓된 ‘합리주의적 개인주의’의 혈통이 20세기 사회적 실험과 참담한 가난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활용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은 지식의 분업과 과학적 지식 그리고 암묵적 지식이라는 세 가지이다. 왜, 익명의 다수로 구성된 사회가 정교한 계획을 통해서 지탱될 수 없는가를 명쾌하게 지적한 부분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해서 하이에크 저술들을 읽으면서 왜 이런 책들이 우리의 젊은이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을까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훗날 재단법인 자유기업원을 운영하게 되었을 때 하이에크의 대표작 다수를 국내에 소개했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사상은 영원하다.’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사상의 힘을 깊이 깨우치고 내 인생을 경영하는 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세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큰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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