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누리꾼들은 반발했다. 애매한 표현을 애매한 규정으로 걸면 걸린다는 그 법에 ‘애정남’을 부르기보다는 정부·여당 홈페이지에 득달같이 달려가 항의를 했더란다. 그러자 방송통신심의위가 해명에 나섰다. “앱의 음란 선정성 등 불법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뉴미디어 정보심의팀을 신설한 것”이라고.
그 해명대로라면 누리꾼들이 머쓱해질밖에. SNS 단속 강화에 맞서 주어를 빼고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주어 없음’ 놀이에 빠져 있던 누리꾼들은 새 놀이를 개발했다. 이름하여 ‘그랬구나’ 놀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그랬구나’라는 표현을 시의적절하게 쓰면 된다. 더불어 ‘멍청이’ ‘에이씨’와 같은 부적절한 용어보다는 순화된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말이다.
“그랬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음란 유해물 차단 차원에서 SNS 심의에 나선 거구나. 정치적 의미를 두면 안 되는 거구나. 하필이면 타이밍이 10·26 재·보궐 선거가 코앞이라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 누리꾼들이 괜한 오해를 하는 거구나. 에잇!”
그런데 열심히 반성하던 누리꾼을 민망하게 하는 상황이 또 연출됐다. 카다피의 죽음이 알려진 순간부터 방송사 채널마다 피 흘리는 그의 얼굴이 나온다. 자세히, 좀 더 자세히, 그리고 또 자세히. 카다피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텔레비전 화면 앞에서 방통위가 단속하겠다던 선정성의 기준은 도통 뭔지, 사뭇 궁금해진다.
SNS 심의 하면 이번 주 이 사건도 빼놓을 수가 없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트위터 자화자찬 소동. 나 후보 쪽은 시스템 충돌이라고 해명했는데, 트위터에서는 관련 오류가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표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그렇담 혹시 이것도 북한 탓? 국가와 안보 걱정에 노심초사하는 우리의 ‘어버이’들을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와 검찰이 나서야 할 차례다. 자,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