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정치 시대에서도 가장 주목되는 SNS는 트위터다. 다른 SNS에 견주어 간결한 메시지가 반복되고 엄청난 확산 속도를 보여주는 트위터는 긴박한 선거 국면에 최적화된 SNS라는 평까지 듣는다. 메시지의 전파 네트워크와 허브(네트워크의 중심)를 확인하기가 쉬워 분석이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시사IN〉과 소셜 네트워크 분석 전문기업 트리움은, 각 후보가 언급된 횟수를 세는 단순한 방법에서 벗어나, 후보를 언급한 트윗이 ‘리트윗(재전송)’되는 횟수를 분석했다. 리트윗은 이용자들이 대체로 내용에 동의를 표하기 위해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재전송하는 것으로, △그 메시지가 동의를 받는 정도 △그 메시지가 확산되는 정도 두 가지를 모두 보여주기에 유용한 지표다. 10월4~17일 매일 ‘리트윗 상위 50위’를 추린 뒤 이를 대상으로 분석해봤다. 그를 통해 2011년 대한민국 SNS 정치의 일반 원칙이 몇 가지 도출되었다.

한나라당은 찬밥이다:10월17일자 〈동아일보〉는 “나경원 vs 박원순 ‘트위터 건수’ 1% 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최근 두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각축을 벌이는 양상과 비슷하다”라며, 트위터가 현실 여론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리트윗 수를 기준으로 분석해본 실제 트위터 여론 지형에서는 박원순 후보 지지 성향이 압도적이었다. 박원순 후보를 언급해 많이 리트윗된 트윗을 보면, 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윗이 206건, 박 후보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는 트윗이 301건, 비판하는 트윗이 64건이다.

반대로 나경원 후보를 언급해 많이 리트윗된 트윗을 보자. 지지는 11건, 방어는 13건으로 긍정 트윗이 24건에 불과하다. 반면 비판 트윗은 558건에 달한다. 절대 다수가 ‘공격’인 셈이다. 


물량 공세는 안 통한다:SNS 시대 이전까지, 한나라당의 기본적인 온라인 전략은 ‘물량 공세’였다. 다음 아고라 등 특정 공간이 여론 형성의 장으로 서면, 그 공간에 지속적·반복적으로 한나라당의 주장을 쏟아내 추세를 되돌릴 수 있었다.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최소한 한나라당에 부정적인 온라인 공간 자체를 마비시키는 것은 가능했다.

SNS에서는 그게 안 먹힌다. 중앙의 게시판이 아닌 네트워크를 따라 정보가 전파되는 SNS에서는, 물량 공세로 마비시킬 공간 자체가 없다. 나경원·박원순 두 후보를 언급한 트윗 수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리트윗 수로 분석해본 결과 반한나라당 기류가 압도적이었던 것은 단적인 예다. 친한나라당 성향의 트윗은 네트워크 주변부에서 고립되거나, 대체로 전체 네트워크에서 소수파에 속하는 친한나라당 네트워크 내부에서만 유통된다. 그 결과, 리트윗 횟수(즉, 공론장 중앙에 접근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분석해보면 위와 같이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허브가 중요하다:이른바 ‘파워 트위터러’라 불리는 네트워크의 중심 이용자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많이 리트윗된 트윗을 스스로 생산하거나, 일반 이용자의 트윗을 재전송해 폭발적으로 유통시킨다.

〈그림〉을 보자. 이용자가 각 후보를 언급한 트윗이 모두 합쳐 얼마나 리트윗되었는지를 지표로 해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이용자가 누구인지 추려보았다. 일종의 영향력 순위인 셈이다.

박원순 후보를 언급한 이용자 중 가장 영향력이 센 이용자는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박 후보의 멘토단으로 선거를 돕고 있다. 조 교수가 박 후보를 지지·방어한 트윗은 모두 합쳐 1만 번 넘게 리트윗되는 ‘괴력’을 발휘했다.

2위는 박 후보 본인이, 3위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차지했다. 그 외에도 ‘박원순 영향력 순위’에 든 이용자 10명은 모두 온라인·오프라인에서 박원순 지지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이다. 즉, 박 후보를 언급한 ‘10대 허브’는 모두 박 후보를 지지 또는 방어하는 구실을 했다.

이번에는 ‘나경원 영향력 순위’를 보자. 〈한겨레〉 허재현 기자가 1위, 트위터 아이디 ‘bulkoturi’가 2위, 조국 교수가 3위를 했다. 순위에 오른 이용자와 기관 역시 예외 없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나 후보를 언급한 ‘10대 허브’는 모두 나 후보를 비판하는 허브로 기능한 것이다. 다만 박 후보를 지지하는 ‘포지티브’ 역할은 현실 세계의 명사 비중이, 나 후보를 비판하는 ‘네거티브’는 온라인 파워 트위터러의 비중이 다소 높다는 차이가 있다. 일종의 역할 분담이 일어난 셈이다.


트위터만으로는 안 된다: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트위터가 박원순을 당선시킬 것이다’라는 결론이라도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더 미묘한 현상도 숨어 있다. 

 

 

 

 

 


다시 한번 살펴보자. 박원순 후보에 긍정적인 트윗은 모두 507건, 부정적인 트윗은 64건이었다. 그런데 이 긍정적인 트윗 중 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트윗은 206건이었던 반면, 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방어하는 소극적 트윗은 301건으로 오히려 더 많다. 즉, 트위터는 ‘박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퍼뜨리기보다 박 후보의 약점을 방어하는 데 더 공을 들였다.

분석 기간인 10월4~17일은 나경원 캠프가 박원순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퍼붓던 시점이었다. 트위터의 ‘방어’ 모드는 그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분석을 총괄한 트리움의 김도훈 대표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윗에서도 그가 서울시장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일관된 담론이 안 보이고, ‘좋은 사람이니까 좋다’라는 식이다. 방어의 비중도 이상할 정도로 높다”라고 말했다. 그런 탓에 이 시기의 트위터 여론은 오프라인으로까지 확산될 만한 논리와 설득력을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일종의 ‘내부 단속’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이 시기에 박원순 후보가 지지자에게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했던 것이 트위터 여론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 시기는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 이긴 이후 캠프 구성과 선거 전략 등을 둘러싸고 박 후보 측이 우왕좌왕하던 시기다(〈시사IN〉 제214호 커버스토리). 이 시기 박 후보의 메시지는 중구난방에 가까웠고, 트위터 분석은 이를 고스란히 잡아냈다.

현실 정치와 실제 후보가 주지 못하는 가치와 비전까지 SNS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좋은 정치’ 없이는 SNS의 파괴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의 트위터 여론추이 분석은 이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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