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서울 서초구 내곡동이라는 곳에 가서 살기로 했다는 소식은 어디서 나왔을까? 텔레비전 뉴스만 보는 사람들은 청와대가 발표한 줄 안다. 10월9일 KBS는 ‘내곡동 사저 신축’이라고 보도했고, MBC와 SBS의 뉴스 제목은 ‘퇴임 후 내곡동으로’였다. 청와대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 쓴 뉴스들이었으므로 ‘청와대 발표’가 맞다고 믿을밖에.

그러나 ‘내곡동 MB 사저’는 방송에 나오기 전날 이미 ‘각종 의혹들’과 함께 특종 보도되었다. 청와대가 급히 해명하지 않을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었고, 청와대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니까 방송들은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에는 잠자코 있다가 청와대가 해명을 하고서야 ‘청와대 발표’처럼 보도한 게다. 전반적으로 KBS와 MBC는 보도 비중이 현저히 낮고, 내용은 청와대 받아쓰기 아니면 공방과 논란이 고작이었다. SBS는 상대적으로 조금 나았다.


이명박 대통령 사저 관련 보도를 하는 MBC 〈뉴스데스크〉(위)와 KBS 〈뉴스광장〉(아래).
4년 전 노무현 사저를 ‘타운’ ‘빌리지’라며 비아냥대고 비난했던 조·중·동 역시 해명 내지는 변호에 치우친 보도로 일관했다. “이 같은 잡음이 생긴 것 자체가 330억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헌납한 이 대통령의 자기희생을 빛바래게 하는 ‘정무적 무신경’이라는 시각도 있다”(〈동아일보〉 10월10일자)라며 본질을 호도하기도 했다.

내곡동 MB 사저를 둘러싼 의혹과 문제는 모두 나열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나열해보자.

① MB 부부가 살 집을 MB 아들 명의로 샀다. 편법 증여 의혹이 나올 만하다.

② 사저 부지는 MB가 서울시장일 때 그린벨트를 해제한 곳으로 강남의 마지막 개발 요지라고 한다. 막대한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 아니겠냐는 의혹이 나온다.

③ MB 아들은 비싼 땅을 싸게 사고, 청와대는 싼 땅을 비싸게 샀다. 결국 청와대가 손해 본 것으로 추정되는 12억원 정도를 MB 아들에게 지원하려고 복잡한 계약을 했다는 의혹이다.

④ 투입된 예산이 전직 대통령들보다 훨씬 많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의 21배 규모다.

⑤ MB 사저 부지 인근에 이상득 의원의 땅이 있다. 형님 땅값 올려주는 ‘형님 좋고 동생 좋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

⑥ 돈은 54억원이 들어갔는데 계약은 반의 반값에 했다는 다운 계약서 의혹도 나온다. 취득·등록세 탈세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⑦ 서초구청은 사저 부지의 지목을 밭에서 대지로 바꿔줬다. 매입 계약 직후이다. 특혜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⑧ 지목 변경은 원주인이 땅을 판 이후에 신청해 이뤄졌다. 변경하고 팔면 돈 더 받을 텐데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다.

⑨ MB 아들이 제 어머니 땅을 담보로 6억원을 대출받은 것도 문제다. 대출 금리 특혜 의혹이 나오는 데다, 깎아준 이자도 연봉 4000만원대인 MB 아들이 감당하기에는 힘든 수준이다.

⑩ 해명도 가관이다. 건물까지 샀으면서 건물 값은 0원이라고 한다. 건물 핑계로 지목이 변경된 것인데 헐값에 샀다니까 건물 값은 빼란다. 또 봉하마을 경호 부지 규모를 부풀렸다가 들통 나기도 했다.

하나같이 보도 가치가 충분하고 중대한 사안인데 막강한 매체력을 지닌 지상파 방송과 조·중·동을 보고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이들은 경호 부지를 축소하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꼼수를 유포한다. 사람들이 ‘나꼼수’에 열광하고 트위터에서 뉴스를 취하는 이유이다. 정권에 불리한 사안들을 감추고 왜곡하는 일이 어디 하루 이틀 된 문제이던가? 정권을 바꾸고 언론을 개혁해야 할 조건이 이미 충족되었음을 ‘내곡동 MB 사저’가 재확인해 주었을 뿐이다.

기자명 노종면 (YTN 해직언론인)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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