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김어준 지음/지승호 엮음/푸른숲 펴냄 ‘이긴다, 이긴다 까, 씨바. 두고 보라고.’ 말하자면 다음 선거에서는 이기고야 말겠다(?)는 김어준 표 다짐과도 같은 책이다.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를 외치고 싶었다고. 왜? ‘시국이 아주 엄중하거든. 아주.’ 폼 잡는 이론 빌리지 않고 일상 언어로 정치를 말하려 했다. 그래도 반말 특유의 말투는 ‘재수 없을, 수 있다’. 모토는 ‘알고 찍자’는 것. 어떤 투표 독려 캠페인보다 효과적이다. 〈나는 꼼수다〉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 쓴 책이지만 ‘가카님’에 대한 날선 비판은 책장을 넘기기 무섭게 어디에나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노빠’를 자처하는 그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별개로 문재인에 대한 팬심이 느껴진다. 문재인이 정치를 고사하는 건 연예인 기질이 없어서인데, 이번 대선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화술이나 수사가 아니고, 어눌해도 진정성 있고 자기 할 말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조만간 결단할 거란 예견도 있다. 유시민·심상정·이정희·노회찬·박근혜 등 정치인의 실명 비판은 둘러치지 않고 메치는 맛이 시원하다. 과거 황우석을 지지했던 행적에 대한 한 문단짜리 변명도 놓치지 마시길. 

 

이미지의 삶과 죽음 레지스 드브레 지음/정진국 옮김/글항아리 펴냄 대중은 항상 예술의 진정한 창안자가 그리스 사람이라는 고루한 지적 편견에 물들어 있다. 빙켈만의 〈고대 세계의 미술사〉 이후의 일이다. 1897년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발견됐을 때도 목동의 속임수라며 무시했다. 누구도 그리스 시대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집단 환각에 빠져 있었다는 말이다.  미술사와는 구분된 이미지의 역사를 담은 책이 완역본으로 나왔다. 저자는 보편적 인류사와 별개로 미술만의 역사가 존재한다는 기존 시각을 부인한다. 미술의 역사는 선별된 신화일 뿐이라는 것. 대신 동굴벽화부터 영상매체까지 문자를 포함한 이미지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한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임의로 이미지 상징을 만들고 믿음의 대상으로 삼게 되는 과정도 꼼꼼히 서술했다. 그 중심에는 기독교 교리가 있다. 저자 레지스 드브레는 청년 시절 남미에서 피델 카스트로와 친교를 맺고 체 게바라와 혁명운동을 하다 수형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 파란만장한 정치 이력의 한편으로 이미지에 대한 해박한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다. 기원전부터의 미술사 텍스트와 신화, 박물지를 통독해왔다. 

575쪽의 번역체 말투를 헤쳐나가려면 다소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미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권한다.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지음/마음산책 펴냄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때로는 진지한 책, 술렁술렁 페이지가 넘어가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잠시 멈추게 되는 책. 읽고 나면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끄덕끄덕 삶을 낙관하게 되는 책. 소설가 김중혁이 꿈꾸던 책이다. 직접 그린 카툰에 킥킥거리는 재미까지, 이 한 권으로 꿈을 이뤘다.  

 

 

친일파는 살아 있다 정운현 지음/책보세 펴냄 시작은 KBS의 〈백선엽 특집방송〉이었다. 이상득 의원이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이명박 대통령은 뼛속까지 친미·친일’이라고 한 말이 위키리크스에 폭로됐다. 지금을 ‘친일파 공화국’이라고 진단한 저자의 분노가 친일파의 실명과 함께 행적을 세세히 추적하는 방식으로 담겼다. 

 

 

알루미늄의 역사 루이트가르트 마샬 지음/최성욱 옮김/자연과생태 펴냄 병뚜껑·은박지·냄비·전철·비행기. 어디에나 쓰이는 알루미늄은 한때 금보다 비쌌다. 알루미늄이 대량생산되기까지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까지, 전 과정을 담았다. 재활용이 가능하다 해서 낭비적 소비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려는 소비자의 마음도 오만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신신 마르크 앙투안 마티 외 지음/김지희 외 옮김/휴머니스트 펴냄 어느 날 인간의 모습을 한 신이 찾아온다. 인간은 신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다. 세상을 만들었을 뿐 조율하지 않는 데 대한 책임을 묻는다. 피고 측은 신은 세상을 만드는 역할밖에 못한다며 전지전능함을 부정하려 한다. 흑백 그림이 희대의 재판 장면과 어우러져, 몰입을 돕는다.  

기자명 시사IN 편집국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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