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7일 광주를 찾은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관련 동영상을 참석자들과 함께 시청한 후 4대강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올여름 장마는 100년 만의 폭우였다. 하지만 장마 기간과 강우량이 비슷했던 1998년, 2006년에 비해 4대강 유역 피해 규모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앞서 7월7일 임태희 청와대 비서실장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호우에도 불구하고 범람과 침수 피해가 적었다”라며 4대강 사업 효과를 강조했다.

정부는 4대강 광고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4대강 살리기로 올여름 100년 만의 큰 비를 이겨냈습니다’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6월22일~7월16일 4대강 수계 피해 규모가 1041억원이라고 발표했다. 1998년 7월의 수해 피해액은 1조543억원, 2006년 7월은 1조5356억원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확실히 피해액이 줄었다. 국토해양부는 이 모든 공을 4대강 사업에 돌린다.


ⓒ시사IN 조남진6월22일 집중호우에 무너진 경북 칠곡의 왜관철교.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는 정부가 아전인수 격으로 수치를 해석한다고 비판한다. 정부가 내놓은 두 해 중 올해와 가까운 2006년을 살펴보면 통계 왜곡은 금세 드러난다는 것이다. 우선 2006년과 올해의 피해 규모 산정에 있어 피해 지역 범위가 다르다. 2006년 피해는 태풍 에오니아 탓이 컸다. 직접 에오니아의 타격을 입은 강원도에 피해액의 70%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피해액이 줄었다고 말하기 궁색한 대목이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2006년 재해연보와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당시 수해 피해액(1조5356억원)에서 강원도 지역 피해를 빼면 4대강 유역의 피해는 3515억원으로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4대강 공사는 홍수 예방 효과 없다”

기간 선정에 대한 지적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미경·홍영표·정동영·홍희덕 의원이 낸 공동자료를 보면, 올여름 8월7~28일 일어난 집중호우로 6200여 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기간은 정부가 발표한 올여름 수해 피해 시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왜관철교 붕괴, 구미 단수, 상주보 제방 붕괴와 역행침식 등 4대강 공사가 불러온 ‘인재’라는 비판을 받는 사고도 피해액 산정에서 빠졌다. 제2의 단수를 부른 구미 관로 파손은 수자원공사가 직접 사고 원인을 ‘강우’라고 밝혔지만 이 또한 피해액 산정에 들어가지 않았다. 정부는 소방방재청의 ‘재난구호 및 재난복구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6호를 근거로 댄다. 건설 중인 시설물 피해는 국고에서 부담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피해액 산정에도 들이댄 것이다.

본류를 중심으로 한 4대강 공사는 애초부터 홍수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2002년, 2003년 태풍 피해가 심할 때에도 4대강 본류 구간은 홍수 피해가 거의 없었다. 4대강을 포함한 국가하천의 정비율은 거의 100%이지만 지방하천은 84%이다. 4대강 공사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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