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이 여고생을 성폭행한 사건을 언론이 알게 된 건 9월28일이다. 그날 연합뉴스를 필두로 몇몇 언론이 보도했지만 이른바 유력 매체로 불리는 지상파 3사와 조·중·동 은 하나같이 보도하지 않았다. 기사는 송고됐는데도 방송과 신문에 실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알고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들은 미국 정부의 반응이 나오고서야 보도를 시작했다. 늦었으면 내용이라도 충실하든지…. 미국 국무부의 유감 표명을 이례적이고 신속하며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한 〈조선일보〉, 다른 언론들은 불구속 수사를 질타하는데 홀로 신속한 수사임을 강조한 〈중앙일보〉, 한 술 더 떠서 KBS는 사건의 성격을 ‘순화’하려는 듯 피해자를 ‘18살 여성’이라고 표현했다(사진·10월1일부터 ‘10대 여학생’으로 정정). MBC는 사흘 연속 밤 9시 〈뉴스데스크〉에서 이 사건을 빼버리다 10월1일에야 ‘구속영장 발부’ 한 꼭지를 틀었다.

이들에게 사건의 참혹성, 한·미 행정협정(SOFA) 불평등 문제, 1995년 일본의 유사 사례 때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사실 따위는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도가니〉에는 열을 올린다. 여고생을 참혹하게 유린한 미군 성범죄, 이건 왜 도가니로 안 보일까? 반미 감정을 막으라는 보도지침이 있었나? 한·미 정상회담의 판이 깨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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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노종면 (‘용가리통뼈뉴스’ 당수, YTN 해직기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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