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나는 딱 한 번 담임 교사로부터 ‘부당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 벌써 15년도 훨씬 더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아직도 그때 느꼈던 감정은 생생하게 남아 있다. 단지 매를 맞았기 때문에 분한 게 아니다. 다분히 인격 모독이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속이 울렁거린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이 비단 나뿐만은 아닐 거다. 짐작건대 그와 비슷한 학창 시절의 ‘나쁜 추억’ 때문에 다들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된 게 아닐지. 지난 1월22일 SBS에서 방영한 〈긴급출동 SOS-왕따 아이의 복수〉(사진)에 대한 얘기다.

열여섯 살 난 평범한 소년이었다고 한다.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은 지금으로부터 5개월 전의 일이다. 소년은 갑자기 폭력적 성격으로 돌변했다. 이유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고 학교 주변에서 학생을 상대로 시비를 걸고, 급기야 가족을 폭행하기에 이른다. 〈긴급출동 SOS〉 제작진의 취재에 따르면, 소년이 보인 일련의 행동은 학교 폭력과 연관이 있다. 소년은 학교 교실에서 친구들로부터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고 상당 기간 ‘왕따’였다고 한다. 소년의 어머니는 담임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방영 내용만 놓고 보면) 담임 교사는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오히려 ‘욕설’과 피해 소년의 가정환경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네티즌이 ‘뚜껑이 열린’ 것은 바로 그 대목에서다.

현재 〈긴급출동 SOS〉 시청자 게시판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 담임 교사에 대한 처벌을 바라고, 이를 위한 서명운동까지 전개된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해당 학교를 비롯해 해당 교사의 인적사항과 사진까지 공개됐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나빠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얽혀 있겠지만, 네티즌은 ‘권력 없는 이’가 폭력에 짓밟히고 있을 때 ‘권력을 가진 자’가 이를 방임했을뿐더러,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고 울분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전적으로 방송에 나온 내용만을 보고 판단했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긴급출동 SOS〉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주도 교육청에서 한 말을 인용해 “SBS PD가 방송을 치료 목적이라고 설명해 담임 교사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었고 촬영을 마치고 테이프를 보고 싶다고 했으나 담당 PD는 테이프를 보여주지 않고 방송도 애초 의도했던 방향과 다른 쪽으로 가면서 담임 교사가 화가 나 욕설을 한 것이다” 같은 글을 비롯하여, 해당 교사의 제자였다는 어느 네티즌의 옹호 글도 올라와 있다. 방송사의 과장 보도가 문제인지 교사의 자질이 문제인지를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쪽이든 간에 이번 사건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여주는 서글픈 단면임에 분명하다.

기자명 김홍민 (출판사 북스피어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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