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를 맹신하는 사람이 있나 싶다. ‘나꼼수’의 모든 내용이 진실이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무책임해 보이나? 그렇지 않다. 적어도 이후로 15개월은 ‘진실’의 이니셔티브를 신이나 정의가 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한부 ‘만유의 주재’이신 ‘각하’의 손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하의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이라는 거 아시죠?”라는 말씀을 재차 내보낸다. 우리의 이야기가 창의성과 상상력의 산물, 즉 소설이라는 설명이다.

시작에 해당하는 1편이 그 정수다. 서태지·이지아의 파경. ‘정통 시사주간지’ 〈시사IN〉 BBK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에 대한 기각 판결이 나고 30분 뒤 이 뉴스가 한 스포츠 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헤럴드미디어1994년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씨(오른쪽)가 에리카 김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나꼼수 1·3편).


1편과 3편 청취하면 BBK 큰 그림 이해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서태지 파경 보도는 해당 신문 창사 이래 최고의 특종일 것이다. 그런데 나올 법한 특종 보도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그 메가톤급 정보의 출처는 어디이고, 정보를 유출한 의도는 무엇일까. 정봉주 17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에리카 김씨의 석연찮은 귀국과 추방 권한을 간소화한 법 개정, 둘을 엮어 하나의 가설을 제기한다. 김씨의 동생 김경준씨를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법 개정을 통해 BBK 주가 조작 혐의자 김경준의 사실상 석방 가능성을 추론한 것이다.


ⓒ뉴시스나꼼수 4편에서 천안함 사건을 다뤘다.
각하의 아킬레스건이라고들 하는 BBK 문제는 마치 담쟁이 풀처럼 온갖 의혹과 꼼수가 얽혀 있는 양상이다. 이는 나꼼수 3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있는 다스가, 김경준씨의 BBK를 상대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한다. 그러나 재판에 져서 무위로 돌아간다. 김경준씨는 이명박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다스와는 이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얽힐 게 없다. 게다가 국가권력을 동원해 자신을 인신 구속하고 거짓말쟁이 사기꾼으로 몰아세운 ‘철천지원수’가 아닌가. 그런데도 김씨는 140억원을 다스에게 건넨다. ‘자신을 풀어달라’는 김경준씨의 간청이 담긴 돈일까? 사실이라면 다스는 결국 이명박 대통령 소유이며, 대통령이 ‘돈’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우회 입증한다. 그래서 김어준·정봉주 두 사람은 “추방 여부가 관건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 정봉주 의원이 책을 네 권 준비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BBK 만화책’이다. 출판사 측은 만화가에게 나꼼수 1편과 3편을 숙독하면 BBK의 큰 그림이 보인다며 청취를 권했다고 한다. 그렇다. 두 편만 들으라. BBK의 진실은 여러분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청와대 제공자원 외교도 방송 소재가 되었다(14편).
2편을 건너뛴 것 같다. 4·27 재·보선 당시 수도권 패배로 촉발된 한나라당 내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을 짚었다. 4편은 남북관계 문제로 돌파구를 삼으려 하지만 수준과 방식이 ‘초딩’ 수준을 맴도는 각하와 그 수하들의 실상을 꼬집는다. ‘천안함 사건 책임과 관련해 직설적 사과는 아니더라도 사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이라도 해달라’고 남측이 간청했다는 북측의 주장, 사실이라면 ‘상호주의’를 기반에 둔 이명박 정부의 안보 철학은 허울뿐임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대북관계를 호전시켜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려던 뜻이 혹시 각하에게 있었다면 그것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짚어준다.

5편은 중수부 폐지, 수사권 조정 쟁점에서 한 치도 양보함이 없는 검찰을 해부한다. ‘한때 검찰 출입을 자주 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독무대였다. 특히 5편 일부 그리고 6편 거의 전편에서는 17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맹활약했던 전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7년 2월12일 정봉주 의원은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내놓은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 정책이다”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 처지에서는 고액 등록금 문제가 눈에 안 보이는 것일까. 아니다. “지금 등록금을 두 배로 해놓고 반값 등록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며 매끈한 논리를 펼친다. 그의 주장은 반값 등록금에 앞서 등록금 상한제를 실현해야 순서가 맞는다고 한 것이다. 


‘검찰 프레임’에 맞서 사건 재해석

5편 이후로는 시론적 접근이 많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구상에 따른 무상급식 시비(7·12·15·16편)는 스스로 ‘보수의 아이콘’에서 ‘꼬깔콘’으로 전락하는 전 단계를 생중계하다시피 했고, 이명박 대통령 ‘각하’와 그 측근의 국가를 수익 모델로 한 재테크 의혹도 여러 편 다뤘다. 이를테면 청계재단(8편), 4대강 사업(10편),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13편), 농협 해킹 사태(11편), 자원 외교(14편)의 비밀 등이다.


ⓒ시사IN 자료조용기 원로 목사는 주요 등장 인물이다(15편).

전혀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 후보 매수 의혹(17·18·19편), 왕재산 간첩단(20편), 저축은행 사건(9·20편)은 검찰로 상징되는 주류 프레임에 맞서 새로운 관점을 부여했다고 감히 자평한다. 게다가 교계의 각하인 ‘큰 목사님’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15편)와 장자연 부당 성접대 의혹에 얽힌 언론계의 각하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12·13편) 이야기는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7월7일 9편을 기점으로 나꼼수는 아이튠즈 집계 대한민국 프로그램 중 전체 1위에 올랐다. 그간 독보적 1위였던 〈두시 탈출 컬투쇼〉를 2위로 내려앉혔고, 뉴스 정치 분야에서 〈손석희의 시선집중〉 〈박경철의 경제 포커스〉를 멀리 따돌렸다. 그러다가 8월8일 미국 팟캐스트 ‘뉴스·정치’ 부문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8월22일과 27일 업로드된 ‘나꼼수’ 호외 편과 16편은 이튿날 현재 미국 아이튠즈 팟캐스트 인기 에피소드 단위 순위에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아이튠즈의 발원지인 만큼 이를 전 세계 1위로 해석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각하가 보여준 극강의 꼼수는 방송 종료 시점인 2013년 2월까지 다 소화할 수 없을 것이다. 소재 걱정이 없어서 더욱 강력한 ‘나꼼수’는 그래서 ‘구성작가 이명박’이라는 크레디트(Credit) 또한 각하에게 헌정하는 바이다.


ⓒ뉴시스곽노현 교육감 사건도 집중적으로 다뤘다(17~19편).

‘나꼼수’ 스튜디오 급습 작전
‘나꼼수’가 편파적이라고? 그건 니들 생각이고


기자명 김용민 (시사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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