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제너레이션〉(위)에서 실장 혹은 사장으로 대표되는 윗세대는 20대에게 자꾸 무언가를 떠넘긴다.
병석은 영화 감독이 꿈이지만 돈도 없고 연줄도 없어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비디오 카메라로 결혼식 장면을 찍으러 다닌다. 갈비 집에서 숯불도 피우고, 도로 가에서 성인 비디오를 팔기도 한다. 그의 형은 어느새 동생 이름으로 대출을 했고, 병석은 형의 빚을 떠안게 된다. 채무해결사인 깡패가 그를 찾아온다.

병석의 애인 재경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보험 회사에 1년간 다니다 해고된 적이 있다. ‘카드깡’ 사무실에 취직하지만 단지 ‘우울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잘린다. 그녀는 인터넷 홈쇼핑에서 물건을 구입해 팔려다가 피라미드 사기에 걸려든다. 빚을 갚기 위해 병석은 자신의 전 재산인 비디오 카메라를 팔기로 결심하고, 그의 애인 재경은 카드깡 업자를 찾아 나선다.

〈마이 제너레이션〉(2004)에서 노동석 감독이 그리는 ‘나의 세대’의 초상이다. 동서에 많은 청춘 영화들이 있었고 그 주인공들은 대개 좌절과 절망의 수렁에서 신음했다. 하지만 어느 영화도 이렇게 철저히 무력한 모습을 그리지는 않았다. 노동석 감독이 그리는 〈마이 제너레이션〉의 젊은이들은 저항할 기력도 없고, 분노의 의지도 없다. 병석은 “나쁜 맘 먹지 말고 착하게 살자”라고 주문처럼 말한다. 그러나 사태는 점점 나빠진다.
그들은 그냥 떠밀려 간다.

여기서 ‘그냥’이 중요하다.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싸울 수 없다. 잔고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현금 인출기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혹은 내일 3백%의 이자를 물더라도 오늘 1백만 원을 만들어내는 카드의 마술을 어떻게 거부할 것인가. 카드, 현금 인출기, 보험 따위를 경유해 그의 형, 혹은 실장, 혹은 사장으로 대표되는 윗세대들은 무언가를 자꾸 떠넘긴다. 신용 사회의 이상을 실현해가고 있는 이 땅에서 그들이 무언가 알 수 없는 공정을 처리하고 나면 책임은 나의 것이 되어 있다. ‘나의 세대’는 자신이 쓴 것보다 항상 너무 많은 빚을 지고 그것은 점점 불어간다. 

윗세대처럼 타락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노동석 감독은 두 번째 장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7)에서 싸울 만한 상대를 찾아낸다. 불법 안마시술소를 운영하는 뒷골목의 맹주 김 사장. 착한 청년 기수는 그를 찾아가 동생처럼 아끼는 종대를 풀어주라고 요구한다. 김 사장은 단번에 기수를 제압한다. 그리고 말한다. “난 너같이 착한 척하는 놈들이 제일 싫어”라고.

윗세대들은 여전히 열심히 무언가를 청년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어른들은 총을 사려는 종대의 돈을 떼먹고, 기수의 형은 집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아이를 동생에게 떠맡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전작보다 울림이 적다면 그건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김 사장이라는 인물이 〈마이 제너레이션〉의 ‘카드’보다 존재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노동석은 인물들의 내면으로 서사를 확장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야”라고 말하던 기수는 어린 조카에게 “니 엄마는 창녀야”라고 악랄하게 말한다. 무엇보다 기수는 어린 시절 실수로 종대를 성불구로 만든 원죄가 있다. 노동석은 자기 세대에게 되묻거나 회의하고 있다. 저들 윗세대처럼 타락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기수와 종대는 어쩌면 현실에서 버티느라 좋은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종대가  “형이 알고 있는 가장 먼 미래가 언제야?”라고 물을 때, 기수는 “내일”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목과 이야기가 들려주는 바로는,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노동석의 청춘 영화에는 놀랍게도 변곡점도 파열도 없다. 완만하되 끝없이 완고한 하강의 국면만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 30대 초반의 예민한 감독이 이 시대 청년을 바라보는 슬픈 시선이다.

기자명 허문영(영화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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