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쟁이 격렬해지다보니 치안 유지와 평화 중재를 넘어 직접 교전에 가담하면서 평화유지군 사상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유엔 회원국 사이에 병력 차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평화유지군 병력 대부분을 개도국과 후진국 출신이 채우게 됐다. 유엔군 차출국이 118개 나라에 달하지만 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 출신 병사가 전체 평화유지군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이들은 유엔의 숭고한 정신을 생각하기보다 유엔군으로 파병 때 받는 월급에 더 관심을 두는 경우가 많다. 유엔은 평화 유지 활동에 참여한 모든 국가를 상대로 군인 1명당 매달 988달러(약 110만원)를 지불하며, 전문 기술이나 장비·군복·담배 등에 대해 추가 부담을 하고 있다. 한 달 평균 150달러 정도를 버는 파키스탄 군인의 경우 유엔군으로 파견을 나가면 월급을 7배가량 더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개발도상국가는 더 많은 유엔군 파견 기회를 원한다.
문제는 유엔이 이들 나라에서 파견되는 병사의 도덕성을 검증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성범죄나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유엔 평화유지군 병력과 예산이 크게 늘면서 이와 관련된 비리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유엔군 조달 장비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유엔 직원과 공급업체 간 각종 부정부패 사슬이 생긴다. 유엔군 병력 규모는 커지는데 이들에 대한 유엔 자체의 관리·감독은 소홀해 파견 지역 주민 성폭행, 무기 밀거래 등 범법 행위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개발도상국이 유엔군의 몸집을 채워주지 않는다면 유엔 기구가 유엔군을 분쟁지역에 파견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유엔은 6년 전부터 평화유지군의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왔지만, 관련 범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알랭 르 로이 전 평화유지군 총책임자는 “이 문제가 나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유엔이 이를 은폐하는 데 급급하다는 사실이다. 유엔은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정보 공개를 원칙으로 내세웠지만 웹사이트에 정확한 가해자 수와 구체적인 조사 내용 등은 발표하지 않는다. 파견 국가들도 유엔에 비협조적이다. 유엔이 혹여 성적 학대 사건과 관련해 정보를 요청하더라도 이들이 응답하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해 유엔이 82건에 대해 정보를 요청했지만 대답이 돌아온 것은 14건뿐이었다. 유엔 내부에서 문제를 조사하는 내부감사실(OIOS)은 인원이 60명에 불과한 데다 처벌 권한도 없다.
최근 유엔은 비난 여론을 의식해 유엔 평화유지군이 저지른 성폭행 및 성착취 혐의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웹사이트(http://cdu.unlb.org/)를 만들어 공개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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