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술 접대, 골프 접대를 받는 관행은 부끄럽지만 언론계에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에도 KBS 보도국 간부들이 대기업이 댄 돈으로 주말 골프를 즐겼다가 내부 반발을 샀다. 당사자들은 ‘공식 업무 협의차’ 골프장을 이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지만…. 나 또한 기자 초년병 시절, 부서 회식 자리에 툭하면 고향 동문이라며 한 기업체 사장을 대동하고 나타나는 선배 기자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기억이 있다. 아마도 술값 계산은 매번 그 사장 몫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건 그 정도까지다. 기자가 스폰서로부터 월급 받듯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아 썼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 언론계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이 회장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다고 의심이 가시는 것은 아니다. 신 전 차관을 비롯해 김두우·홍상표 전 홍보수석 등 언론계 출신이 잇달아 금품 수수 의혹에 연루되면서 더 그렇다. 기억을 더듬다 보니 실마리는 잡힌다. 지난 대선 때 자사 정보 보고를 유력 주자 캠프에 통째로 갖다 바쳤다는 기자 얘기를 들은 일이 있다. 정부 출범 후 그는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 정권 때도 자진해서 청와대에 동향 보고를 올린 정치부 기자 얘기를 들었다. 그 또한 청와대로 갔다. 요는 정치에 줄 대려는 사심이 앞서는 순간 직업적인 윤리의식이 왜곡되거나 실종된다는 것일 게다. 이번 호에 인터뷰한 박원순 변호사가 그간 서울시의 가장 큰 문제로 사욕(私慾)을 꼽았던데, 어디나 다를 바 없다. 공적 영역에서 사욕의 작동을 허용하는 구조에서 스폰서는 ‘선의의 후원자’로 둔갑할 수밖에 없다. 이 정부의 비극은 심지어 사욕을 더 많이 부린 자일수록 더 높은 자리에 올랐다는 점일 게다. 그러다 보니 아랫사람도 수상한 돈을 받아 쓰고 도리어 “뭐가 문제냐”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
대기업에 다니는 한 친구는 이명박 정부 임기 전반 ‘MB맨’들의 요직 싹쓸이, 4대강 속도전 등을 보며 속칭 ‘화전민 CEO’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룹의 장기 전망은 뒷전이고 자기 임기 동안 빼먹을 수 있는 걸 모두 빼먹으려는 듯 성과 위주 사업에만 눈독을 들이는 CEO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다시 그를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까. 저축은행 스캔들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에 이르기까지, 구멍난 곳곳에서 MB맨들 이름이 회자하는 걸 보며 이 정권은 아예 속성 자체가 ‘화전민 정권’이었다고 하진 않을까. 그들의 말로야 어찌되건, 불타버린 밭의 미래가 걱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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