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인 의원(오른쪽)이‘천막 생활’을 하는 고려대 출교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06년 4월19일 강영만군을 포함한 학생 7명이 고려대에서 출교되었고, 벌써 햇수로 3년이 흘렀다. 그 긴 시간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여름에는 찜통같이 덥고 겨울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10℃를 밑도는 차가운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

출교 사유는 이렇다. 당시 출교 당한 학생들은 고려대 병설 보건전문대가 고려대로 통합되었으니, 보건대 학생에게도 총학생회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고, 학교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후 이에 관한 진정서를 전달하려는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 일어난 ‘대치’가 고려대 상벌위원회에서는 ‘교수 감금’으로 규정됐고, 7명의 학생들이 ‘출교’라는 유례없이 강한 징계를 받게 되었다.

고려대 내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외 지식인과 단체들이 여러 번 지적했듯, 학생이 아무리 잘못했다 하더라도 교육기관인 학교가 대화를 통해 설득하지 않고 학생들에게는 사실상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출교 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다.

필자는 지난해 7월9일 고려대 한승주 총장과의 면담에서 학생들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 바 있다. 또 동료 국회의원 10명과 함께 두 차례 성명서를 발표해(2007. 10. 16, 2007. 11. 2) 고려대가 교육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간곡히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2007년 10월4일 서울지방법원은 학생들이 제출한 ‘출교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출교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혹한 처분으로 교육받을 기회를 사실상 영구히 박탈하는 것이므로 무효다”라며 출교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이것도 허사였다.

불행하게도 고려대 재단은 이러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항소장에서 ‘이건희 회장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 반대 시위 참가’와 ‘민주노동당 당원’이라는 새로운 사유를 들며 출교를 정당화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원’이라서 출교 조처가 정당하다는 재단 측의 항소 이유는 옹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독재 치하인 1980년대에도 그런 이유로 출교 조처를 당한 경우는 없었다.

이기수 신임 총장, 학생들 이야기 경청해 다행

학생들이 보금자리인 ‘집’을 버리고, ‘천막’에서 생활한 지 3년이다. 학생들의 심신은 많이 지쳐 있고, 건강 상태도 매우 좋지 않다. 무릎 연골이 파열되어 수술을 받은 학생도 있고,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학생도 있다. 이제는 학교가 나서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며칠 전 이기수 고려대 신임총장이 직접 농성장에 찾아와 학생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2월1일 있을 취임식에도 초대했다고 한다. 지난 3년간 출교 학생들과 고려대 간의 지리한 법정 싸움이 학교 내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고려대 졸업생으로서, 출교 학생들의 선배로서, 그리고 부모의 마음으로 고려대에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란다. 출교 학생들이 천막에서 생활했던 지난 3년은 이들이 벌써 졸업을 하고 사회의 일원이 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겨울이면 학사모를 쓰고 졸업사진을 찍고, 봄이면 새 학기를 맞아 분주하게 교정을 누비는 친구들을 보며 이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와 잃어버린 학창시절은 지금까지만으로도 너무 과한 처벌이었다.

3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된다. 고려대가 용서와 사랑이라는 더 큰 가르침으로 학생들을 안아주고, 학생들도 이제는 천막농성장이 아닌 강의실로 향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기자명 임종인 (국회의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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