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강의 기적. 그 라인 강이었다. 지난 7월2일, 한국인 21명이 라인 강 이페츠하임 보 앞에 섰다. 수면은 고요했지만 모래와 자갈을 실은 배가 강 한복판에 모래를 붓고 있었다. 1970년대 라인 강 상류에 세워진 마지막 갑문이다. 운하를 만들 목적으로 설치되었지만 이페츠하임을 끝으로 더 이상 보가 세워지지 않았다. 홍수 피해가 잦았기 때문이다. 보 일대 주민들에게는 라인 강의 기적이 아니라 비극이었다.

지난 6월28일~7월5일 환경·생태·사회과학 분야 교수들과 환경운동가, 종교지도자 등 21인이 라인 강 일대와 탈핵 생태마을 등을 다녀왔다. 수십 년간 하천사업이 활발했던 독일이, 인공 수로가 된 강을 다시 복원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라인 강 상류에서는 하천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독일 카를스루에 대학 토목공학과 교수가 이들을 직접 안내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는 라인 강 추가 보 건설을 막은 주인공이기도 하다(독일 전문가, “4대강 사업은 ‘미친 짓’”  기사 참조). 


ⓒ시사IN 조우혜8월16일 ‘독일 환경정책 탐방 결과 보고대회’에서 시민활동가 김영태씨(왼쪽)가 답사 기록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라인 강을 찾은 날. 보 일대에는 토사를 실은 배가 계속해서 드나들고 있었다. 자연 모래가 부족해서였다. 양기석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는 “건강한 강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모래와 자갈을 뿌리고 있다고 들었다. 물고기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태계에 모래를 되돌려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보 주변에는 홍수 시 인공으로 물을 저장하는 범람원도 만들어져 있었다. 범람원은 홍수 때마다 넘친 물을 머금었다가 강물이 줄 때 다시 강으로 물을 되돌려주는 구실을 한다. 더 큰 침수를 막는 것이다. 라인 강 근처에도 부러 작은 물길을 내 범람원을 만들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보 때문에 강 수위가 높아진 지역은 지하수가 넘치게 되기 때문에 강변의 농경지를 범람원으로 지정해 홍수가 오면 그곳으로 물을 빼도록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재자연화 핵심은 범람원·저류지 건설

“일반 사업가였는데 4대강 사업이 나를 독일까지 불러들였다”라고 소회를 전한 김영태 상주지역 시민활동가도 이번 기회에 강의 복원에 대해 배웠다. 강을 원래 상태로 복원하는 ‘재자연화’의 핵심이 보 일대에 물을 머금을 수 있는 범람원이나 저류지를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4대강 공사 완공을 눈앞에 둔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기도 했다.

라인 강을 둘러본 최서연 원불교 환경연대 교무는 독일이 강을 복원하면서 세대 간 형평성을 든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현 세대가 누리는 이익이 후대에도 보장되어야 공평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더라는 것이다.

최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이른바 ‘4대강 사업중단 특별법’을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으로 4대강 사업 검증·복원위원회를 설치한 다음 위원회가 세운 계획에 따라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인공 구조물 등을 해체하자는 내용이다. 독일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21명은 지난 8월16일 국회에서 열린 보고회에서 “라인 강에서 4대강의 미래를 보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말마따나 4대강이 인공 보 설치→홍수 피해 증대 및 생태계 파괴→재자연화 공사로 이어진 라인 강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공사 중단의 적실성을 따지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에 부합하는 일일지 모른다.

기자명 임지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tot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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