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삼성중공업 예인선이 끌던 크레인선(위)의 와이어로프가 끊어지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두께 4.8cm인 와이어로프가 어떻게 끊어질 수 있을까.’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중대한 의문점 가운데 한 가지는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을 끌고가던 주 예인선 T5호의 철사줄(와이어로프)이 어떻게 끊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주 예인선을 잃고 풍랑에 휩쓸리던 크레인선이 유조선을 들이받음으로써 대참사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 예인선의 와이어로프가 생산된 지 12년이 지난 제품이라고 드러나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사IN〉은 익명의 삼성중공업 관계자로부터 “사고 예인선이 사용한 와이어로프가 일본 동경제강의 10년 이상 된 제품이며 출항 전 제출하는 예인선 안전검사서 제출때 다른 철강회사 제품 증서를 냈다”라는 제보를 받았다.

이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시사IN〉이 삼성중공업 측에 문의한 결과 삼성 측은 와이어로프가 1995년 동경제강 제품인 점은 인정했다. 삼성중공업 윤아무개 차장은 “1995년 제품을 같은 해에 구입해 보관하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사용했다. 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품질검사를 받으므로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삼성 측은 “출항 허가를 받기 위해선 해양수산부에 해상보험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중 예인선 와이어로프의 품질검사서도 함께 제출한다. 검사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고, 서산지청도 와이어로프에 결함이 있다는 수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예인선 출항 전 삼성 측이 다른 회사의 제품 증서를 제출했다는 의혹 역시 사실로 확인됐다. 기름 유출 사고를 조사한 서산지청은 “삼성 측이 1995년 동경제강 것이 아닌 2004년 K제강의 제품증서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확인 결과 담당 직원의 단순한 착오였다”라고 설명했다. 

검찰, "와이어로프 안전성에 문제없었다"

하지만 선박 안전 검사를 실시하는 업체인 ‘한국선급’ 등이 이 서류만 믿고 검사를 소홀히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은 제기된다. 인천 예인선주협회 관계자는 “소형 선박의 경우 서류만 믿고 안전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라며 “와이어로프의 경우 1~2년만 사용해도 부식돼서 교체를 해야 하는데, 12년 동안 보관된 와이어로프를 반년 정도 사용했다면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12년 된 와이어로프의 ‘안전성’ 여부다. 김성준 한국기계연구원 신금속재료연구부장은 “직접 테스트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할 순 없지만, 과거에 비해 불순물 제거 기술이 상당히 발전한 만큼 12년 전 제품이 현재 제품보다 빨리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보관 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바닷가 등 녹이 잘 스는 공간에서 제품을 보관했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자리 잡은 거제시 고현읍이 육지 쪽으로 움푹 들어간 바닷가 ‘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와이어로프의 안전성에 의구심이 이는 대목이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도 “과거에 비해 철강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점을 생각하면 회사 처지에선 제품에 조금 하자가 있더라도 오래된 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기름 유출 사고를 조사한 서산지방검찰청은 일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와이어로프의 안전성을 테스트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측의 중과실 여부가 기름 유출 사건의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예인선 와이어로프의 안전성 논란까지 불거져 검찰의 최종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