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번호: 1002007110469
독자 이름: 신동건씨(42)
주소: 경북 칠곡군 북삼읍 율2리
전화 건 사람: 탐사팀 이오성 기자 

〈시사IN〉 기획회의에서 ‘독자와의 수다’에 대해 이런저런 지적과 요구사항이 나왔다. 〈시사IN〉을 중심으로 한 기사 비평 등에 치우치지 말고 ‘독자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다. 정기구독자 리스트를 살펴보다가 경부운하가 지나가는 ‘경북 칠곡군’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주에 경부운하 예정지 취재를 다녀왔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수화기를 들었다.

콩나물과 두부 등을 만들어 시장에 파는 식품 제조 자영업자 신동건씨는 “경부운하가 서민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고속철도를 뚫어놓으니까 어떻게 됐습니까. 무궁화호와 통일호가 사라지면서 김천역 같은 곳은 오히려 상권이 확 죽었습니다. 통일호 타고 다니던 서민이 비싼 고속철도를 타려고 하겠습니까? 대형 할인 마트가 생기면서 재래시장이 죽었듯이 경부운하도 마찬가지 문제가 생길 겁니다. 한쪽이 성하면 다른 한쪽이 죽기 마련이니까요. 왜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신씨의 고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사업이 잘 안 된다”라는 것이다. 홈 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이 번성하면서 자신처럼 재래시장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상인들의 살 길이 막혔다고 토로한다. 그렇다고 CJ 등 대기업 밑으로 들어가서 옛날처럼 남의 ‘종노릇’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개인의 삶이 과거로 ‘퇴행’하는 것 같기 때문이란다.

새해 희망을 물었더니 신동건씨는 “월 10만~20만원이라도 벌이가 늘었으면 좋겠다”라고 소박하게 말했다. 그리고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아들과 딸아이가 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모로서 큰 욕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저 소박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 됐으면 합니다. 아이들에게 ‘시장·군수가 되느니 차라리 땡중이 되라’고 말하곤 합니다. 제아무리 높은 사람이 된들, 목탁이라도 제 마음대로 두드릴 수 있는 땡중보다 못하다는 거죠. 〈시사IN〉 독자도 너무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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